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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접으며] 화해유감


분열과 대립, 반목, 시기, 갈등만이 첨예한 4월이다. 4ㆍ15총선이 다가오면서 그 잔인함은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더 고민스러운 것은 총선 이후다.

총선ㆍ탄핵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헐뜯고 불신하는 분위기는 당분간 그 반전의 모멘텀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감이 앞선다. 종반으로 치닫는 총선 길목에서 갈등의 골은 그만큼 커보인다. 결과에 깨끗이 승복해 먼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고, 서로의 등을 어루만져가며 화해하는 모습을 앞으로 어쩌면 눈물겹도록 그리워 해야만 할지도 모른다.

경영권 분쟁이 끝난 현대가(家)에도 화해의 모습은 없었다. 지난 8개월간 경영권 분쟁으로 첨예하게 맞섰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정상영 금강고려화학(KCC) 명예회장 간의 화해는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한식(寒食)인 4월 5일 경기 하남시 창우리 선영에서 열린 고 정주영 명예회장 제사에 현 회장과 정 KCC 명예회장을 포함해 ‘캐스팅 보트’를 쥐었던 범 현대가 일원들이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총회(3월 30일) 이후 처음 자리를 함께 할 것으로 관심을 모았다. 특히 이날 현 회장과 정 명예회장이 그 동안 쌓아온 갈등 관계를 청산하는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정 명예회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부인만이 얼굴을 비췄을 뿐이었다. 경영권 분쟁이 한창일 때에도 가족 행사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정 명예회장이 특별한 이유없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왜 일까.

당장 현회장을 맞닥뜨리기가 껄끄러웠을지도 모른다. “원래 정 씨 가문 사람들이 마음에 담은 것을 표현하는 것 자체를 별로 즐기는 사람들이 아니다”라는 그룹 관계자의 얘기가 어색하게만 들릴 뿐이다. 현회장은 미리 기자회견에서 “시댁 어른인 정 명예회장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를 하겠다”고 화해 의사를 먼저 내 비췄었다. 아마도 정 명예회장은 그런 현회장의 예고(?)된 손을 덥석 잡을 만큼 아직까지 마음을 비우기가 어려운지 모른다.

“정 명예회장이 오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언제 일지는 모르겠지만 먼저 찾아 뵐 것”이라고 현회장은 여운을 남겼다. 가족들이 눈인사 만을 나누며 무뚝뚝한 표정을 보이던 그 동안의 경직된 분위기와는 적어도 뭔가 달랐다. 어색함을 떨쳐 버린 듯, 화창한 봄날처럼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날의 제사가 치러졌다는 사실은 또 다른 봄의 전주곡일까?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며 마음을 열고 화해에 인색하지 않는 여유로움이 아쉬운 계절이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 2004-04-06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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