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6명의 벌컨(Vulcan)


4ㆍ15총선 후, 탄핵 판결이 난 후 노무현 대통령의 정국 구상은 어떻게 전개될까.

그 구상에 도움이 될까 해서다. 지난 3월에 나온 LA 타임스의 칼럼니스트였으며 현재 CSIS(전략 및 국제문제 연구센터)의 수석 집필자인 제임스 만이 쓴 ‘벌컨(Vulcan)의 성장- 부시 전시 내각의 역사’를 읽어 보기를 권한다.

그는 짐 만이라는 이름으로 올해 초까지 LA 타임스에 국제관계 칼럼을 썼다. 그는 1978년부터 이 신문의 대법원, 국무부 출입 기자를 거쳐 1984~87년에는 베이징 지국장을 지냈다. ‘ 베이징 지프차(89년 출판)’, ‘변모에 대해 – 닉슨에서 클린턴까지 미국과 중국의 흥미로운 관계(1999년)’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부시 내각을 이루고 있는 딕 체니 부통령 등 6명의 장관급 인사를 ‘벌컨들’이라고 부른다. 벌컨(vulcan)은 로마 신화에 나오는 불의신의 이름이며 철을 다루는 대장장이을 가리킨다. 책에서 이 말은 부시 내각 6인의 “권력적, 강인함, 탁월, 끈질김”을 대변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그는 9ㆍ11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부시 내각을 ‘전시 내각’이라 부른다. 6인은 그 내각의 불이며, 이라크와의 전쟁에서 이론과 전략, 그 전후의 국제적 이념을 자료로 철을 만들어 낸 대장장이라는 것이다. 6인은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콜린 파월 국무장관,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그리고 백악관 안보보좌관 콘돌리사 라이스다.

짐 만은 1968년 닉슨의 대통령 취임과 2003년 제 3차 걸프 전쟁인 이라크 침공 전쟁까지 35년 속에서 이들의 개인사를 다룬다. 그의 이번 책의 탁월함은 이들 6인이 월남전(케네디-닉슨 시대), 월남전 패배(포드 시대), 소비에트 러시아, 중국과의 대결 및 화해(닉슨 키신저 시대), 베를린 장벽 붕괴(89년 부시 1세 때) 그리고 부시 2세가 대통령이 되어 펼치고 있는 9ㆍ11이후의 오늘까지의 미국의 외교정책, 군사 전략, 전술을 논쟁적인 면보다 실용적인 면에서 잘 엮어 냈다는 데 있다.

미국민이 아닌 우리에게는 짐 만이 전하는 6인의 2차대전, 한국전쟁에 참가하지 않은 세대가 어떻게 냉전 종식 이후 미국 국제관계의 핵심 인사로 되어 갔는가 하는 점이 흥미를 준다. 그 보다 이들이 자유주의, 보수주의로 분류되는 미국 정계에서 신보수주의(네오콘)의 용광로(forge)인 ‘벌컨’으로 불리게 된 것이 주요한 점이다.

2003년 5월 1일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에서 승리 선언 후, 이들이 세계에 전한 것은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군사 국가다. 유엔이 협력 안 하더라도 미국은 자유주의에 입각한 민주주의 국가를 중동에서부터 세우겠다”는 선언 이었다. 이런 선언이 나오기까지 여섯 사람이 미국에서 국무, 백악관의 ‘국가안보’라는 넷(net) 속에서 왔다갔다하며 때론 다투기도 하며 결국 냉전종식 15년 후에 미국이 새로운 세기를 내세우기까지 과정을 주의해 보아야 한다.

이번 총선이나 탄핵정국이 보수와 진보, 민주와 반민주, 개혁과 반개혁, 60대 이상의 노년층과 20ㆍ 30ㆍ40대 사이에 내재된 대립의 표현이라면 ‘벌컨’들의 성장에서 노 대통령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짐 만은 결론 내리고 있다.

“벌컨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그들의 역사를 만들었다”고. 많은 현대사가들은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를 ‘새로운 시대’의 분기점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현실로 돌아가 보자. 1968년에 닉슨이 대통령 취임 후 계속된 미국과 핵, 군축, 소련, 중국, 중동, 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대외 및 군사 정책을 둘러싼 미국내의 자유와 보수, 반전과 참전, 소련과 데탕트 하느냐 안 하느냐, 군사력 강화와 축소의 논쟁은 35년이나 계속 됐다. ‘베를린 이후’, 15년간도 논쟁은 계속 됐다. “이런 35년의 논쟁 속에 미국은 세계에서 경쟁자 없는 군사 강국을 추구했다. ‘벌컨’들이 이 역사를 만들어 온 것이다.

그는 6인의 오늘과 내일을 간단히 요약했다. 이들 중 가장 나이 많은 72세의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미국의 국방 장관은 이래야 한다는 ‘전쟁 장관’이 모델이다. “그는 어떤 때는, 대통령보다 더 권력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파월은 미 국민에게 미국의 대외 군사정책이 독선적이고 강경하다는 면을 다시 온화하게 바꿨다. “그는 미국의 주은래다.”

라이스 안보 보좌관은 체니 부통령, 럼스펠드, 월포비츠, 부시 대통령이 전쟁주의자로 불리는 데 비해 이들의 조정자로 불린다. 그러나 그녀는 “전쟁을 아끼기 위해서는 ‘사전 전쟁’을 해야 한다는 이론의 주창자”라는 것이다. 월포비츠 국방부 부장관은 이라크 후세인 제거를 제 1차 걸프 전쟁을 전부터 주장했다. 이라크가 핵무기를 갖고 중동 여러 국가를 건드리면 미국의 국가 이익에 필요한 석유를 보존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었다. 책에서는그는 “이라크 승리 후 자유 민주주의를 중동에 펼쳐야 한다는 이상형 각료”로 그려진다.

부시 2세 때 국방장관으로 1차 걸프 전쟁을 치른 체니 부통령은 이번 이라크 침공을 통해 ‘체니의 전쟁’이란 시사 용어로 부상한 인물이다. 그는 미국 역사에서 가장 권력을 많이 행사한 부통령이다. 그러나 저자는 만일 부시가 재선한다면 마이티지 국무부 부장관은 ‘6인의 벌컨’에서 빠질 것으로 내다 봤다. 그가 벌컨이 된 것은 해군 사관학교 출신으로 파월 장관의 충실한 동료였다는 배경 덕이라는 이유이다. 6인 중 베트남에서 파월과 함께 특전대원으로 싸웠던 인물이지만, 미국이 세계의 평화를 위해 군사 강국이 되어야 한다는 큰 흐름에 그는 무관심 하다는 이유로 탈락됐다.

현대 미국 피워 그룹의 부침에 대해 적나라하게 쓴 책, ‘6인의 벌컨’을 노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꼭 읽기 바란다.

입력시간 : 2004-04-08 14:43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