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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 총선 지지 후보 판별법


총선 분위기가 한산하다. 묵은 짚단처럼 찌뿌둥한 날씨였던 지난 주말, 확성기를 매단 선거홍보용 자동차가 O번 OOO 후보를 찍어 달라며 아파트 골목을 누볐을 뿐 아직은 그 흔한 플래카드 하나 보기 힘들다. 새 시대를 여는 총선이 오는 15일에 치러지는지조차 흐릿하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A 정당의 대표가 어느 지방을 공략하기 위해 갔네, B 정당의 선대위원장이 3보1배를 하네, C 정당의 의장이 어르신들에게 큰 절로 사죄를 하네, 하는 소리나 듣고 짐작할 따름이다.

10년을 훌쩍 넘기고도 대책이 없어 그냥 눌러 붙어 있는 필자의 경기 광명 을 지역구에는 전재희 후보와 양기대 후보가 각축전을 벌인다고 한다. 대통령 탄핵의 후폭풍 영향권에 들기는 그 곳도 마찬가지여서, 당초 예상을 뒤엎고 양 후보가 멀찌감치 앞서 간다는 보도도 있고, 오차 범위내에서 접전을 벌인다는 분석도 있다.

한 곳에 십수년째 살다 보니 마치 고향인 양 그 곳을 거쳐간 의원들은 이름만 들어도 반갑다. 전재희 후보가 비록 16대 국회에서 추미애 김희선 박근혜 김경천 등과 함께 ‘여성 5인방’으로 꼽혔다지만, 귀에 설지 않은 것은 그 탓일 게다. 그녀는 수도권에서 흔치 않는 여성 시장으로서 ‘자기 집 앞 자기가 쓸기 운동’ 등을 펼치며 여성 특유의 꼼꼼한 시정을 펴 아줌마들에게 특히 인기를 얻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베드타운 광명에서 고향 아줌마 같은 훈훈한 인심을 심어주었다.

전 후보에 맞선 양기대 후보는 젊다. 세대교체란 구호가 어울린다. 같은 언론인으로서 취재 현장에서 마주친 기억도 새롭다. 1996년 10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최모 영사가 피살당했을 때였다. 모스크바 특파원단이 급히 블라디보스토크로 날아가 취재를 하고 있는데, 서울에서 온 양 기자가 죽은 최 영사의 자필 메모라는 특종을 하나 터뜨린 뒤 급히 떠났다. 그 메모의 실존 여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지만 당시로서는 큰 특종이었다. 그는 한국기자대상을 받는 등 소위 ‘잘 나가는’ 기자였다.

그러나 그는 필자처럼 10여년간 광명에 살지도 않았고, 전 후보처럼 시장을 지내지도 않았다. 굳이 인연을 찾는다면 그의 아내가 광명에서 10년 정도 교사로 봉직한 정도다. 그래서 앞으로 광명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나지 않았으면 양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었을 것이다. 지금 광명 을 지역 구민들이 바로 그렇다. 그가 광명의 얼굴로 여겨졌던 전재희 후보를 앞선 것은 탄핵정국 탓이다. 양기대란 사람은 잘 모르지만 3번 열린우리당 후보니까 지지한다는 소위 ‘묻지마 지지’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과거에도 ‘묻지마 지지’는 있었다. 망국적인 지역주의 때문이다. 각 지역에서 올라와 타향살이를 하는 광명도 마찬가지였다. 기호 1번 한나라당은 영남, 2번 민주당은 호남, 3번 자민련은 충청 출신이고, 또 그 곳 출신 지역주민의 지지를 받곤 했다. 1번과 2번 후보는, 3번 후보 출신 지역 주민들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경쟁을 벌었다. 적어도 16대 총선까지는 그랬다.

이번에는 탄핵 태풍으로 대충 한나라당이냐 열린우리당이냐의 싸움이지만, 광명 을의 경우 공교롭게도 양 후보가 전통적 2번 후보 지역 출신이어서 더 유리해졌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탄핵에 따른 ‘묻지마 지지’든, 지역에 따른 ‘묻지마 지지’든, 그런 선택은 바람직 하지 않다. 각 정당의 공약이야 이번 총선에서 처음 도입된 비례대표 정당투표의 기준으로 삼으면 되고, 지역구 후보 선택은 인물 됨됨이와 지역 공약 등을 따져보는 게 옳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후보를 검증하려고 해도, 어떤 후보가 나왔는지, 그 후보는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제한돼 있다. 엄격한 선거법에 따른 결과이겠지만, 이번처럼 세대교체 물결로 새 얼굴이 대거 등장하는 시점에 인물을 검증하지도 않고 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특정 정당의 후보라는 이유만으로 지지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 지역주의가 기승을 부릴 때 ‘지역보다 인물을 보고 뽑자’던 구호가 이번엔 왜 사라졌는지 의아할 지경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나름대로 기준을 정해 후보를 골라야 한다. 후보 대차대조표를 만들기를 제안한다. 마치 가계부를 쓰듯 ‘후계부’(후보+가계부)를 적어 보자. 신문이나 인터넷을 보면 각 후보자의 재산 납세 병역 전과 등 4대 도덕성과 지역 공약 등을 검증할 수 있다. 오랫동안 ‘괜찮은’전문직으로 일하면서 세금을 적게 냈다면 탈세를 한 것이고, 전과가 있다면 그 과정을 캐봐야 한다.

그런 다음, 지역 및 특정 정당에 20%의 비중을 두고, 후보의 도덕성에 20%, 인물 됨됨이 평가에 30%. 지역 개발 공약 및 열정 등에 20%, 철새 성향 여부 등 기타에 10% 정도로 배분해 후보를 고르는 것은 어떨까?



이진희 부장 jinhlee@hk.co.kr


입력시간 : 2004-04-0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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