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민주노동당 '기대 반 우려 반'


요란스러웠던 4ㆍ15 총선 잔치는 끝났다. 각 당은 저마다의 환희와 좌절을 뒤로 한 채 다시금 민심을 향한 경쟁선상에 서 있다. 새로운 출발점에 있는 여야 가운데 국민의 시선과 기대를 가장 많이 받는 정당은 아무래도 민주노동당이 될 것 같다.

명실상부한 진보정당인 민노당은 이번 총선에서 보란 듯이 최고의 상한가를 치며 제 3당으로 우뚝 섰다. 민노당의 원내 입성은 한국 정치사의 일대 사건으로, 어떤 형태로든 향후 우리 사회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게 분명하다. 특히 노동자ㆍ농민ㆍ영세상인 등 우리 사회의 소외 계층들은 민노당의 제도 정치권 진입에 큰 기대를 걸고 있고, 민노당도 이들의 목소리를 충실히 대변하겠다고 연신 강조한다.

이들은 벌써부터 왜곡된 권위의 상징으로 치부돼 온 국회의원 상에 파격을 일으키고 있다. 우선 연간 1억원이 넘는 소속 의원들의 세비를 원천 징수한 뒤, 노동자의 평균 임금인 180만여원을 지급할 방침이다. 국회 내 의원 전용 엘리베이터나 출입구, 공항 귀빈실 이용 등 기존의 ‘금배지 특권’도 17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자진 포기하겠다고 분명히 못 박았다. 이래저래 민노당은 17대 국회 최고의 뉴스메이커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민노당의 향후 행보에 대한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현실 정치의 경험 부족에서 파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와 함께,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대안을 간과한 나머지 진보 일변도의 이상에만 치우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진보와 보수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선명성 경쟁에만 매몰되기 쉬운 운동권의 논리를 극복하는 것도 과제다. 경제계가 민노당의 원내 진출에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도 엄살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거리에서 원내로 진입한 민노당이 책임 있는 공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김성호 기자


입력시간 : 2004-04-20 22:32


김성호 기자 sh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