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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오점 남기고 '벌겋게' 지다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검찰소환으로 정치역정 '마침표'

JP에게 2004년은 과연 참으로 잔인한가?





17대 총선에서 원내 교섭단체 진입과 국내 최초의 ‘10선 고지 등정’ 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고 스스로 정계를 떠난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당장 2002년 6ㆍ13 지방선거 때 삼성그룹에서 채권 15억원 어치의 불법 정치 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출국금지 조치도 당했다.

JP가 검찰에 소환되는 것은 43년간의 파란만장한 그의 정치역정에서도 전례가 없었던 일이다. 1980년 신군부에 의해 끌려가 조사를 받은 것 외에는 사정 기관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였다. 물론 검찰과 연(緣)을 맺을만한 지뢰밭을 몇 차례 지나오긴 했으나, 고비고비마다 특유의 ‘2인자 정치’로 위기를 모면해 왔던 터다. 더욱이 오매불망 재기를 꿈꿔 온 17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 이제 완전히 연소돼 재가 됐다”는 말을 남기고 정계를 은퇴한 뒷자락에, 검찰 소환이라는 ‘폭탄’은 충격파가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이 김 전 총재로부터 삼성측에서 돈을 받은 경위와 사용처를 조사해 사법 처리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10억원이 넘는 불법 정치 자금을 받은 경우 구속 수사를 하는 게 검찰의 관행이지만, JP가 이 사건으로 구속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계를 스스로 떠난 노정객에 대한 검찰의 ‘ 마지막 예우’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렇다 치더라도 그가 입게 될 상흔은 적지 않을 것같다.

김 전 총재를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검찰 뿐만 아니다. 정계 은퇴를 선언하자 마자, 한때 그의 측근이었던 인사로부터 JP를 난처하게 하는 증언들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용채 전 건설교통부 장관이 최근 항소심 재판부에 낸 탄원서를 통해 “ 현대건설에서 받은 6억원 전액을 김 전 총재에게 건넸다”고 주장한 게 대표적이다. 김 전 장관은 “ JP에 대한 의리로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지려 했지만 지금은 버림받은 심정”이라며 최근의 심경을 측근에게 털어놓았다고 한다.

김 전 총재는 평소 “ 저녁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황혼 같은 퇴진”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지만 그의 퇴장 뒤끝은 씁쓸하기만 하다. 어쨌든 JP가 대검 중수부의 포토라인에 서는 순간 그의 끈질긴 정치 생명력과 ‘3김 정치 시대’에는 확실한 마침표가 찍힐 것으로 보인다. ‘ 굿바이 JP’라는 메아리와 함께.



김성호기자 shkim@hk.co.kr


입력시간 : 2004-05-04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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