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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 바람을 거부하는 '黃風'


이공계 기피 현상이 사회적 이슈가 될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이 몇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최근 생명 공학 분야에서 ‘톱 스타’로 떠오른 황우석 서울대 교수다. 수의대 교수를 이공계 분야에 포함시킬 수 있느냐는 반문이 나올 법도 하지만, 황 교수의 연구 분야가 체세포 복제와 배아 줄기 세포 배양 등 하루 종일 실험실에서 이뤄지는 아이템이라는 점에서 크게 무리가 없을 듯하다. 그는 또 2002년엔 컴퓨터 바이러스 퇴치의 왕 안철수씨와 함께 한국과학문화재단에 의해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황 교수의 연구 테마는 생명체의 복제다. 어떤 생명체의 세포를 복제해 유전자 정보가 똑 같은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바로 복제 양 ‘돌리’가 태어난 뒤 주목 받은 바이오 분야다. 그의 업적은 이루 헤아릴 수 없지만 생명공학이란 용어 자체가 생소했던 1995년에 이미 소의 수정란을 복제하는데 성공, 우리도 ‘복제 소’ 돌리를 만들 수 있는 희망을 안겨준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최근에는 체세포를 복제한 뒤 복제수정란에서 배아줄기 세포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불치병 환자의 망가진 장기를 떼내고 그 자리에 이 배아줄기 세포에서 분화된 기관을 이식하면 새로운 장기가 만들어져 완치가 가능하다.

이 같은 획기적인 연구로 황 교수는 엊그제 제2회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뽑혔다. 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됐고, 국내에서는 유력한 노벨상 수상 후보자로 꼽히고 있다.

생명공학분야의 최고 스타인 황 교수에게 팬클럽이 생기고, 후원회가 생기는 것은 바람직하다. 민간 주도의 후원회는 국가 지원자금과 달리 황 교수에게 연구의 자율성을 보장할 것이다. 연구 진전 상태나 자금의 사용 용도를 챙겨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국가 자금과는 달라 한결 수월할 것이다. 황 교수의 지도 아래 그의 연구 성과를 이어갈 젊은 과학도의 사기도 높아질 게 틀림없다. 자연스럽게 ‘황 교수 프로젝트 팀’이 결성될 수도 있다.

황 교수 팬 클럽에는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앞장 서서 이끄는 듯한 모습이다. 정 의장은 4ㆍ15 총선 이후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만사를 제쳐놓고 황 교수 후원회 발족식에 참석하는 등 ‘황풍(黃風)’을 주도하고 있다. 정 의장은 대놓고 “황 교수 같은 분이 우리 아이들의 우상·스타가 된다면 세상은 한 차원 더 발전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현실적으로 볼 때도, 황 교수 같은 사람이 앞으로 만들어낼 부가가치는 엄청날 것이다. 우리의 생명공학 수준을 전세계에 과시하는 무형의 성과외에도 이미 전세계 70여 대학·연구기관으로 배아 줄기세포의 분양 및 공동 연구 제의를 받았다.

그러나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황 교수의 ‘스타 만들기’에 대한 반발도 없지 않는 것 같다. “한 사람만 너무 스타로 만들어 지원하면 다른 과학자들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다. 이 시간에도 실험실에서 묵묵히 낮과 밤을 죽이며 목표한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과학자들에게도 관심을 쏟고 자금도 지원해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당연한 이야기다. 이제는 우리 정부도 기술과학 지원 정책을 좀 더 선진화하고, 세분화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황 교수와 같이 이미 세계적 스타가 된 사람에게는 지원 주체를 민간 후원회나, 대학 및 연구소 등으로 넘기고, 정부는 미개척 분야에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이중 구조’가 필요하다. 아직 채 홀로 서지 못한 꿈나무 과학을 육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말이다.

또 하나. 황 교수를 오로지 실험실에서 연구하고, 후진을 키우는 데 매진하도록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열린우리당은 4ㆍ15 총선 전, 황 교수를 비례대표 1번으로 추천하기 위해 무지 공을 들였다. 황 교수가 “지금의 자리에 머물게 해달라”며 완곡하게 사양하는 바람에 무산됐지만, 아래 아 한글 소프트웨어를 만든 이찬진씨의 경우에서 보듯 유망한 과학기술도가 정치권의 유혹에 넘어 가는 바람에 죽도 밥도 안 되는 불행한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럼에도 참여정부 2기 내각 출범을 앞두고 열린우리당내에선 황 교수가 차기 과학기술부 장관 후보라는 말이 새나오고 있다. 당연히 안될 말이다. 이런 식으로 정치권에 휘말리게 되면 온갖 정치ㆍ지자체 관련 단체로부터 시달림을 당하게 된다.

그의 꿈은 후배 과학자가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에 마련된 연설대에 올라 멋진 노벨상 수상 연설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다. 우리가 가까스로 만들어 낸 ‘월드 스타 과학자’를 우리 스스로 망칠 수는 없다. 황 낵側?세계의 ‘바이오 혁명’을 이끌 때, 우리의 고질병인 이공계 기피 현상도 덩달아 없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과연 섣부른 예단일까?



이진희 부장 jinhlee@hk.co.kr


입력시간 : 2004-05-0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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