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재산세 전쟁의 승자는 여론


‘강남구’가 분개했다. 그러나 ‘후폭풍’은 더 거셌다.

서울 강남구의회가 5월 3일 재산세 표준세율을 50% 인하 하는 조례안을 전격 통과시킨 이후 비난과 압력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는 다수당인 열린우리당이 재산세를 국세로 전환하겠다고 나서는가 하면 서울 각 구청의 세금을 시가 걷어 임의로 나눠 주는 극약 처방이 거론될 정도다. ‘ 강남 역차별’ 등 원칙과 법을 내세워 반대 의사를 보였다가는 여론 몰이에 살아남을 수 없을 지경이다. 강남집값 잡기야말로 여론의 대세라는 반증인 셈이다.

‘재산세 전쟁’이 불 붙은 건 재산세 과표 산정방식이 올 초 면적 기준에서 국세청 기준시가로 바뀌면서부터 다. 강남이냐, 강북이냐에 따라 같은 평수라도 집값 차이가 큰 상황에서 면적을 기준으로 재산세를 산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에 따라 지방세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강남구 등 자치구들은 하루 아침에 4~5배 이상 오른 재산세를 내게 된 지역 주민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쳐야 했다. 결국 단체장이 세율 조정권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강남구는 표준 세율 50% 인하라는 조례안을 전격 통과시켰고 이에 정부와 여당은 발끈하고 나섰다. 다음은 송파구의 차례였다. 송파구는 행자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재산세를 30%인하하는 조례안을 상정했지만 ‘ 부결’로 가닥이 잡혔다. 김태돌 송파구의회 사무국장은 “ 재산이 많은 사람이 재산세를 많이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 정부의 공평 과세 방침에 굳이 반발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고 정부의 거센 역풍이 큰 압박 카드로 작용하고 있음을 토로했다.

강남의 다른 지역으로까지 확산될 것으로 보였던 정부와 지자체 간 ‘재산세 전쟁’이 송파구가 내린 ‘뜻밖의 선택’으로 주춤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특히 ‘30% 인하안’은 정부가 재산세율 인하의 최대치로 제시한 가이드라인으로 조만간 조례안을 상정할 예정인 서초구와 재의를 앞둔 강남구는 심리적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재산세율을 인하하더라도 행정자치부가 제시한 30% 선 안에서 결정, 재산세 전쟁이 정부의 ‘ 한판승’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당초 가장 먼저 재산세율 인하를 들고 나왔던 서초구는 현재 여러 가지 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20% 인하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제 2의 강남’으로 꼽히는 목동의 양천구도 당초 강남구와 보조를 맞춰 50% 인하안을 검토했다가 강남구의 재의 결과를 예의 주시한 후 인하 폭을 결정할 방침이다. 결국 강남구의 ‘ 쿠데타’가 여론에 밀려 찻잔 속의 태풍으로 수그러들 조짐이다. 여론을 등에 업은 또 다른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있을 지라도,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공세는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집값은 여론몰이 보다는 원칙에 기초한 법으로 잡는 게 효과적이고 부작용도 덜하다. 분노의 역풍 역시.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 2004-05-11 16:00


장학만 기자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