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

[People] 신화 만든 '시네마 보이'
박찬욱 감독, <올드보이>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

“ 복수극 ‘ 올드 보이’의 연출을 맡을지 고민할 때 뒤에서 밀어준 아내와 어려서부터 영화에 특별히 애정을 가졌던 어머니가 가장 기뻐할 거예요.”

박찬욱(41)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가 5월22일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57회 칸 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심사위원대상(Grand Prize of the Jury)을 차지했다. 심사위원대상은 마이클 무어 감독의 ‘ 화씨 9/11’에 돌아간 황금종려상(Golden Palm) 다음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에 주어지는 2등상. 한국 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이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올드보이’는 2002년 ‘ 취화선(임권택)’ 이후 칸 영화제 장편경쟁부문에서 수상한 두 번째 한국 영화로,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의 ‘ 씨받이(임권택)’와 감독상의 ‘ 오아시스(이창동)’,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의 ‘사마리아(김기덕)’를 포함해 세계 3대 영화제 주요 부문에서 상을 탄 다섯 번째 영화가 됐다. 이로써 한국 영화계는 올해 열린 2차례의 3대 영화제 가운데(베니스영화제는 8월 개최) 연거푸 주요 부문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게 됐다.

박 감독 개인으로서도 이번 수상 감회는 남다르다. ‘ 공동경비구역 JSA’로 흥행 신화를 만든 데 이어, 메이저 영화제 수상이라는 훈장을 수여함으로써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된 셈. 박 감독은 첫 수상 소감으로 “ 염세주의자로서 한마디 한다면 이제 내 인생에는 내리막길밖에 없는 셈”이라며 “ 그만큼 정점에 서 있다는 말”이라고 기쁜 심정을 토로했다. 박 감독은 이어 “ 평소에 내가 존경하고 심지어 영향을 받은 대가 감독들이 즐비해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도 영화광의 한 사람으로서 충분히 감동적이었다”고 겸손하게 심경을 밝혔다.

‘ 올드 보이’는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개봉돼 330만 명을 동원하는 흥행 성공작. 예술 영화 취향의 유럽 메이저 영화제에서, 이른바 ‘웰 메이드(well - made)’ 상업 영화가 심사 위원 대상을 받은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 “ 처음에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목록에 이름이 오르내릴 때도 칸에 갈 정도의 전형적인 예술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것이 박 감독의 설명. 특히 박 감독이 평소 프랑스의 필름 느와르 전통과 B급 영화 분위기에 대한 애정을 표시해 왔고 실제로 ‘ 올드 보이’에 그런 색채가 많이 묻어 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칸 영화제로서도 과감한 노선 변화를 시도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이번 수상 계기에 대해 “ 서양에서 잘 다뤄온 장르를 가지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데 대한 평가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 영화 ‘ JSA’를 촬영하기 전 만든 단편 영화 ‘ 심판’이 이번 같이 큰 상을 받게 된 계기인 듯 하다”며 “ 배우들의 연기가 얼마나 중요하고 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필요한 일인가를 당시에 깨달았다”고 술회했다. 차기 작품으로 준비중인 페미니즘 버전의 복수극에 관심이 집중된다.

장학만기자


입력시간 : 2004-05-25 17:17


장학만기자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