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새 사령탑에 부뤼노 메추를

[People] 한국축구 신화재현, '메추호' 발진
국가대표 새 사령탑에 부뤼노 메추를

‘ 치렁치렁한 금발 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패션 모델같은’ 전 세네갈 브뤼노 메추(50) 감독이 한국축구국가대표 사령탑 물망에 올랐다. 코엘류 감독이 한국을 떠난 지 40일만의 일이다.

기술위원회에서 제시한 4가지 조건(선수 장악력, 과거 경력 및 성적, 세계 축구에 대한 정보, 영어 구사력)을 모두 만족시켜 히딩크 전 감독의 장점을 이어받는 동시에, 실패한 코엘류 전 감독의 단점을 보완할 가장 적합한 인물로 평가 받았다는 게 그 배경이다.

2002월드컵 이후 ‘ 칭찬 결핍증’에 시달리던 축구협회. 6월 2일 열릴 예정인 터키와의 친선 경기에 관전할 생각이 있느냐는 기술위 평가단의 질문에 “ 계약을 하면 내 팀인데 왜 관전을 하느냐, 당장 지휘봉을 잡고 팀을 이끌겠다”는 강한 추진력, 그리고 “ 2006독일 월드컵에서 4강 이상은 거둬야 하지 않겠느냐”는 강한 승부욕으로 평가단을 ‘ 감동’시킨 것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메추 감독의 선수 생활 이력은 화려하지 않다. 88년 프랑스의 클럽팀들을 맡으면서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했고, 2002월드컵 당시 처녀 출전한 세네갈을 8강에 올려 세계적으로 지도력을 인정 받으면서 뒤늦게 스타덤에 올랐다. 그 후 아랍에미리트(UAE)의 클럽팀이었던 알 아인을 아시아챔피언스리그의 초대 정상에 이은 3연패를 이끌어 내 괴력의 소유자로 불리고 있다. 축구협회에 보인 자신감과 승부욕, 그래서 거칠 것 없어 보이는 그의 모습은 결코 과대 포장된 것이 아님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특히 메추 감독은 선수들의 자신감 배양과 팀워크를 중시하는 스타일의 인물로 알려졌다. 그래서 선수 장악력이 탁월하고 얼굴에서도 짙게 배어나듯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로 평가된다. 이와 동시에 문화적 특성상 선수들에게 자율을 부여해 ‘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구사할 수 있는 지도자로 평가 받고 있기도 하다. 세네갈에게 8강의 영광을 안겨 준 것도 바로 이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축구계에서는 보고 있다. 구속 받기 싫어하는 세네갈 선수들의 특성을 감안해 자유롭고 창의성을 중시, 큰 무대에서 선수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그는 또 해외 지휘 경험이 적은 다른 명장들과 달리 전세계를 떠돌며 다양한 경험을 축적, 트루시에 전 일본대표팀 감독과 함께 대표적인 ‘잡초형 지도자’로 꼽힌다.

2006년까지의 알 아인과의 계약, 스페인 클럽 등에서의 러브 콜을 뿌리치고 한국행을 택한 메추. 클럽 감독이 아닌 국가 대표팀 감독으로, 향후 독일 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야심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 결정 배경이 무엇이던 간에 메추는 또 한번 ‘잡초형 지도자’로 거듭나야 할 것 같다. 밟아도 뿌리 뻗는 잡초형 지도자. 자리에 앉혀 놓고 신경 써 주지 않은 축구협회,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언론, 기다려 줄지 모르는 팬 등 지극히 한국적인 정황은 그를 그렇게 만들지 않을까.

정민승 인턴 기자


입력시간 : 2004-06-01 14:28


정민승 인턴 기자 prufrock@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