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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냉전의 시대에 종언을 고했던 '거인'
전 미국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타계



‘낙관적 미소’는 역사 뒤로 스러졌다. 냉전 종식에도 앞장 섰던 미국 제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이 6월5일 오후 2시 로스앤젤레스 벨 에어의 자택에서 타계했다. 향년 93세.

미망인 낸시 레이건(82) 여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 레이건 전 대통령은 지난 10년간 알츠하이머병과 투병해 오다 폐렴 등 합병증으로 서거했다”며 “ 모든 이들의 기도에 감사한다”고 눈물을 닦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 레이건 전 대통령의 서거는 미국으로서 슬픈 일”이며 “ 레이건 치하에서 미국은 분열과 의혹의 시대를 종식했으며 그의 지도력 하에 전세계는 두려움과 독재의 시기에 종말을 고했다”고 평가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의 눈부신 업적은 두 가지로 집약된다. 우선 옛 소련과 군비경쟁을 벌여 냉전에서 승리했고, 둘째로는 공급 중시의 경제 정책인 ‘ 레이거노믹스’로 미국 경제를 회생시켰던 점. 그는 1981년부터 1989년까지 8년 동안 두 차례의 대통령 임기를 채우며 자신의 보수주의 이미지에 맞게 공화당을 개조했다. 재임 당시 소련과 동구 공산주의의 붕괴를 주시하면서 그는 국가 부채를 3조 달러로 3배나 늘려 다른 초강대국과의 경쟁에 몰두했다. 그는 소련을 ‘ 악의 제국’으로 부르며 군비 경쟁을 벌였다. 1980년 현직 대통령 지미 카터를 압도적인 표차로 물리친 그는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나이인 69세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취임 70일만인 1981년 3월30일 워싱턴의 한 호텔 밖에서 존 힝클리의 저격을 받은 그는 다행히 암살을 모면하기도 했다. 레이건은 4년뒤 민주당의 월터 먼데일 후보와 붙어 50개 주중 49개 주에서 승리, 손쉽게 재선됐다. 그는 대규모 군사력 증강을 명령해 소련을 위협했고, 결국 소련 지도자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1987년 중거리 핵무기를 제거하는 조약에 서명했다.

그러나 레이건은 두 번째 임기 당시, 이란에 비밀 무기 판매를 승인한 사실이 폭로되면서 곤혹에 처했다. 레바논에 잡혀있던 미국인 인질들의 석방을 얻기 위해 이란의 도움이 필요했던 것. 이란에 대한 무기 판매 대금의 일부는 니카라과 좌익 정부와 싸우는 반군을 지원하는 데 사용됐다. 이른바 ‘ 이란-콘트라 스캔들’이다.

그는 경제면에서 공급 중시 경제학 이론에 의거, 세금과 사회 보장 지출을 삭감하면서 높은 인플레에 발목 잡힌 경제를 재도약 시키려고 노력했다. 월스트리트는 그 같은 레이거노믹스에 우호적으로 반응했고 경제는 다시 회복됐다. 그는 이란-콘트라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던 와중인 1989년, 임기를 채우고 퇴임했다. 당시 여론 조사 결과, 그는 퇴임하는 대통령으로는 가장 높은 인기도를 기록했다. 위대한 웅변가로서의 비범한 자질과 보통 미국인들을 사로 잡는 독특한 능력 덕택이었다.

그는 대통령직을 떠난 지 5년 뒤인 1994년11월 뇌세포를 파괴하는 불치병인 알츠하이머병 초기라는 진단을 받고 “ 인생의 황혼으로 인도할 여행을 시작했다”고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가장 장수한 레이건은 마지막 10년을 은둔 속에 살았으며, 부인 낸시 레이건은 임종까지의 동반자였다. 일생을 통해 라디오 스포츠 아나운서, 영화배우, 텔레비전 배우, 제너럴 일렉트릭의 대변인,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다. 유족으로는 낸시 여사와 두 자녀인 론 2세, 패티 데이비스, 입양 아들인 마이클, 첫 부인인 배우 제인 와이먼과의 사이에서 난 딸 모린이 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 2004-06-0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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