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S-LCD 이사로 선임

[People] 경영 일선 첫발 뗀 황태자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S-LCD 이사로 선임

그 동안 ‘경영수업’만 받아온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가 마침내 본격적인 경영에 발을 들여 놓았다. 이 상무의 경영 데뷔 무대는 15일 공식 출범하는 삼성과 소니의 액정표시장치(LCD) 분야 합작사인 S-LCD.

삼성 관계자는 최근 “이 상무가 S-LCD의 등기이사로 등재돼 6월 25일 열린 이사회에 참석, 주요 경영 현안들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상무가 문화 사업이 아닌 본격적인 사업을 하고 있는 삼성 계열사 등기 임원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측은 “이 상무가 LCD에 관심이 많은데다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이사로 참여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그룹의 후계자로서 본격 경영 참여에 나서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상무는 이 회장이 최근 천안 탕정 디스플레이 복합단지와 구미 휴대폰 사업장을 찾아 사장단 회의를 주재했을 때 동행하는 등 경영 보폭을 넓혀왔다. 또 이 회장이 8월 헝가리, 슬로바키아 사업장을 방문할 때도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무는 S-LCD 설립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로서 합작 협상에 참여,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매듭을 푸는 등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경영 참여를 치밀하게 준비해왔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수많은 계열사 가운데 이 상무가 S-LCD를 선택한 것도 신중한 고려끝에 나온 결정으로 보인다. LCD 분야가 반도체에 이어 삼성의 확실한 ‘캐시카우’로 떠오른 데다 소니와의 합작사업으로 국제적으로 인정 받기 쉽다는 점을 감안했다는 분석이다.

삼성과 소니가 각각 50%+1주, 50%_1주를 보유하는 형태로 투자한 자본금 2조1,000억원 규모의 합작사 S-LCD는 내년 상반기부터 7세대 LCD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사회는 삼성과 소니에서 각각 4명씩 모두 8명의 이사로 구성되는데 삼성측에선 이 상무를 비롯해 이윤부 부회장, 이상완 LCD총괄사장, 장원기 부사장 등이 참여한다. 소니는 이 상무의 참여를 강력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탕정에서 열릴 출범식에는 소니의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을 비롯해 양 사의 주요 인사들이 모두 참석할 예정이다.

박천호 기자


입력시간 : 2004-07-15 15:12


박천호 기자 tot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