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그녀의 성 담론엔 뭔가가 있다


‘현재 사용자 폭주로 서버간 통신을 할 수 없습니다. 잠시 후에 재접속 하십시오.’ 사용자 수가 급증하는 휴일 같은 날에는 이 사이트 보기를 포기하는 편이 낫다. 젝시 인 러브. ‘ 여자의 설레임’이라는 별호를 앞에 달고 있는 포털 사이트다.

예상했던 대로 그 대표 정현경씨는 주장이 확실하고 당당했다. 마음만 먹으면 xxx급 포르노물을 안방에서 입수할 수 있는 우리 시대, 보다 내밀한 것을 위해 뭔가를 남겨 두는 듯한 그의 접근이 오히려 신선했다. ‘ Shocking Sex’나 ‘ Amazing Love’ 등 ID와 비밀 번호를 넣어야 접근 가능한, 보다 내밀한 정보에 펼쳐진 성(性)의 풍경은 결국 업그레이드된 커뮤니케이션론의 또 다른 버전이었다. 그것은 쾌락 이기주의가 아닌, 쾌락 공리주의에로의 섹스였다. 무엇이 그를 가능케 했을까?

놀랍게도, 그는 일반적 보수 – 진보의 시각으로 보자면 ‘ 보수’다. 첫째, 인터넷의 대선배로서 항상 옆에서 돌봐 준 부친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각별한 딸이라는 점. 성 본연의 쾌락성에 기꺼이 동참하면서도, 기성 가치를 만족시키는 성담론의 장이 빛을 보게 한 밑거름일 것이다. 다음, 현재 페미니즘 진영의 공격성과 거리를 둔다는 점. 거기에는 ‘미는 노력의 산물’이라는 생각과 함께, 미인 대회 출전자들을 지근 거리에서 지켜 볼 수 있었던 경험이 한몫 단단히 했을 터이다.

“ 학벌처럼, 미(美)도 노력의 대가”라거나 “육체 자본도 자본”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친 보수주의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신의 주장을 당당히 펼치고,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쏟는다는 점 아닐까. 남의 뒤통수를 쳐 가면서 권좌에 오르고 구린 돈 모은 사람들의 ‘Shocking Success’담에 우리는 얼마나 열 받고 있는가. 그녀가 펼치는 ‘연인 인증 카드’ 작성 사업이나 ‘사랑 부적’이 어쩌면 해독제가 될 지도 모르는 일.

장병욱 차장


입력시간 : 2004-07-15 15:14


장병욱 차장 aj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