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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접으며] 8·15 유감


중국 상해에서 식민지 조국의 해방을 위해 진공을 준비하던 백범 김구는 느닷없이 찾아온 8ㆍ15 해방에 허탈해 했다. 광복은 광복이 돼 오롯이 주인이 찾은 광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제 59주년 광복절을 맞아 시청과 광화문 등 서울 시내 곳곳에서는 진보와 보수 시민ㆍ사회단체가 각각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양측에서 뿜어낸 열기는 전혀 성질이 달라 현기증을 넘어 또 다른 ‘허탈감’을 안겨줬다. 진보진영은 남북공조와 한미동맹 반대ㆍ이라크파병 철회를 외쳤고, 보수 진영에선 한미 동맹 강화를 요구하고 국론 분열을 규탄했다.

양 진영 모두 ‘민족자주성’을 구호의 모토로 삼긴 했다. 그러나 8ㆍ15에 나올 법한 ‘친일청산’이나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 등에 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은 대조적으로 8ㆍ15 담화문에서 “친일청산, 과거정권 청산”이라며 입장을 강하게 표방했지만, 고구려사 왜곡이나 자주적 한미동맹 등에 대한 입장은 표명하지 않았다.

주인이 찾지 못한 8ㆍ15. 노 대통령이나 시민 단체 양측은 모두 제각각의 ‘자주성’을 내세우면서도 특정 나라에 대해서는 '비자주적' 인 태도를 보여, 민족 정체성과 자주성이 어긋나는 볼썽 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이데올로기가 민족에 앞섰던 해방 직후의 혼란스런 정국이 겹쳐지기도 한다.

찾았든 주어졌든, 8ㆍ15는 민족 자주성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지는 우리의 역사다. 요즘 국내외 정세는 일회성의 성난 함성으로 허깨비 주인 행세나 할 정도로 녹록하지 않다. 오히려 제국주의 시대의 한반도처럼 열강의 비수가 언제 우리의 목을 칠 지도 모를 불순하고 위기적인 상황이다. 중국이 고구려를 빼앗고, 일본이 당당하게 야스쿠니 신사를 찾는 신제국주의의 망령이 글로벌 패권주의 시대를 휘젓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8ㆍ15의 물음에 답하지 못하고 있다. 엉뚱한 외침으로 침묵을 가장하거나 외면, 아니면 무식을 감추기에 급급할 뿐이다.

열혈 청년이던 19살 나이에 친일파 인사들이 주도한 부민관 집회에 폭탄을 투척했던 조문기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은 “조국은 해방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광복이 안됐으니, 자신의 독립 투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단다. 고구려가 신음하고 일제가 부활을 꾀하는 요즘, 한국의 수도 서울과 대통령은 여전히 한가롭다. 8ㆍ15는 과연 우리에게 무엇인가.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


입력시간 : 2004-08-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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