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담배와의 전쟁


바야흐로 담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수 세기 동안 인류의 기호품으로 사랑을 받았던 담배가 이제 전세계적인 금연 물결에 휩쓸려 자칫 ‘팽’ 당할지도 모를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미국서 먼저 불 붙은 거액의 담배 소송은 불법을 저지른 일부 담배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담배 소송이 세계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되면서 지구촌의 거의 모든 담배 회사들이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흡연자들이 소송을 걸었다 해서 이기는 것은 아니다. 담배가 건강에 미치는 유해성은 광범위하게 인정되더라도, 담배 회사가 해당 국가의 ‘담배 관련 규제 법령’을 어겨서 원고에게 피해를 줬다는 증거가 명백해야만 법원이 손을 들어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담배 소송이 가장 활발한 미국에서조차도 원고 승소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렇지만 잇따르는 담배 소송이란 회사들 입장에서는 작지 않은 타격이다. 제품 개선에 더욱 많은 돈을 써야 할 뿐더러, 고객 숫자마저 갈수록 줄어드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번 패소라도 하면 회사 문을 닫을 정도로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

따지고 보면 담배 회사만의 문제도 아니다. 흡연 문화 자체가 손가락질 받는 세상이 성큼 다가 와 있다는 게 더욱 중요한 사실이다. 이미 지구촌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담배 규제 조약을 만들어 가입 국가 수를 서서히 늘려가는 중이다. 또 나라마다 형편은 다르지만 강력한 담배 규제 정책을 택하는 정부들도 적지 않다. 어지간한 공공장소에선 담배를 입에 물 엄두도 못 내게 한다. 미국, 캐나다, 호주, 아일랜드 등은 대표적인 ‘초강력’ 흡연 규제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의 관심은 비흡연자들의 보호에 있을 뿐, 흡연자들은 사실상 열외다.

대영제국 시절 세계서 처음으로 담배 전매 정책을 쓰기 시작했던 영국도 요즘 ‘담배 없는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를 위해 2002년부터는 관련 예산까지 집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콜럼버스가 담배를 유럽에 소개한 이후, 가장 먼저 그 맛에 길들여졌던 서구 사회. 즈금 그곳에서는 담배를 추방하자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4-08-26 14:48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