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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진정한 인간만세의 표상
대학강단에 서는 구족화가 오순이



구족(口足) 화가. 손 대신 입과 발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대학 강단에 서게 됐다. 불의의 사고로 두 팔을 잃은 오순이(38)씨가 그 주인공이다. 오씨는 지난 11일 모교인 단국대 예술대학 동양화과 초빙교수로 임용됐다. 오씨는 또 14일 중국 항저우 미술학원에서 박사 학위도 받았다. 중국 미술학원에서 외국인이 동양화 박사 학위를 받은 것은 오씨가 처음이다.

세 살 때 집 앞 기찻길에서 놀다 기차에 치인 그는 2년간의 집중적인 치료로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으나 두 팔을 잃었다. 벅찬 세상이었다. 등하교길에는 책가방을 들어주는 친구가 있어야 했고, 학교 화장실에서는 친구들이 옷을 내리고 올려주어야 했다. 장애를 천형처럼 안고 살아야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장애도 그의 낙천적인 성격과 불굴의 의지는 꺾지 못했다. 허리가 끊어지는 듯하고 발이 퉁퉁 붓는 고통 끝에 두 발로 글씨 쓰기에 성공했고 초등학교 때부터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의 삶의 희망이 된 그림 그리기. 하얀 화선지 위에서 그의 발길 따라 피어나는 한 폭의 동양화는 마침내 그 자신의 인생까지 새로 꽃피게 했다. 1986년 단국대 예술대학 동양화과에 입학했고, 90년에는 수석 졸업의 영광까지 안은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그의 그림 인생의 시작에 불과했다. 초등학교 이후 매일 5시간 이상 그림을 그려온 그는 93년에는 중국 내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항저우 미술학원 석사 과정에 지원한다. 실기시험장에서 두 발로 붓을 잡고 그의 능력을 의심하던 심사위들 앞에서 혼신의 힘으로 그림을 그려 나갔다.

3분의 1도 채 그리지 않은 시점, 그를 둘러싼 심사위원들은 놀라움을 표하며 수군거렸다. 즉석에서 오씨에게 합격을 통보한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11년의 중국 유학 생활 끝에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 논문은 중국 남종화의 대가 형호(形浩)의 화론을 연구한 ‘형호의 필법기 연구’. 중국 동양화 분야에서 이론과 실기를 겸한 최초의 박사 학위다.

“장애인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장애인을 더 힘들게 한다”며 장애인에 대한 ‘특별한 시선’을 거둬줄 것을 정중히 부탁한 오씨는 “내면의 세계가 묻어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학생들을 가르치겠다”며 교수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정민승 인턴기자 prufrock@empal.com


입력시간 : 2004-10-2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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