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베스트 셀러와 대선


이번 미국 대선에서 부시 대통령은 재선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 그럴 것 같다’이다.

10월 21일(현지시간) AP통신의 일일 지지도에서 케리가 부시를 3% 앞지른 49%대 46%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될 것 같다. 꼭 워싱턴 포스트와 ABC - TV조사 결과가 부시 51%에 케리 45%의 지지도를 나타냈고, 12개의 다른 여론 조사에서도 10월 14일 마지막 토론 후 일주일 사이에 부시가 평균 2.8%(부시 48.5%, 케리 45.7%) 앞 섰기 때문만은 아니다.

10월 17일자에서 뉴욕 타임스가 이례적으로 전면 사설에서 ‘ 존 케리를 대통령으로’라는 지지 사설을 썼지만, 전세는 부시쪽을 더욱 기울 것 같다. 또한 권위 있는 이 신문의 도서 코너의 베스트 셀러 20위까지 ‘ 패밀리’(6위), ‘ 지휘 체계’(11위 - 9ㆍ11 이후 부시의 테러 대책에 대해 탐사 작가 세이모어 허시가 쓴 책), ‘ 부시의 세계’(16위 - 부시에 대해 NYT의 컬럼니스트 모린 다우디가 쓴 집중적 비평을 모은 책) 등 반(反) 부시의 책들이 올라서도 아니다.

이 신문의 베스트 셀러 2위에 오른 ‘(꼭 말해야 한다면) 한 자유주의자에게 대답하는 법’( ‘ 반역’과 ‘헐뜯기’ 등의 작가인 안 카울터가 자유주의자들의 잘못을 들춰 낸 칼럼 모음), 4위의 ‘ 부적합한 최고사령관’, 7위의 ‘ 미국 군인(전 이라크 침공 사령관 토미 프랭크의 회고록) 등 반 케리, 친 부시 서적들이 올라서도 아니다.

진보, 자유주의를 뉴욕 타임스가 대표한다면, 책 읽기를 좋아하는 미국적 지성을 가진 시민의 의사는 최고의 인터넷 서점 ‘ 아마존닷컴’이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10월 21일자 이 서점의 베스트 셀러 100위를 역시 같은 결론이다. 9월 14일 발간되어 뉴욕 타임스 1위에 올랐던 키티 켈리의 ‘ 패밀리 – 부시 왕조의 참 이야기’는 10월 24일로 2위에서 6위로 물러 났다. 아마존 닷컴에는 36위였던 것이 10월 21일 196위로 급락했다.

켈리는 ‘ 오나시스 재키’, ‘ 엘리자베스 테일러’, ‘ 낸시 레이건’, ‘ 영국 왕실’, ‘ 프랭크 시내트러’ 등 저명 인사들의 비공식 자서전 작가로 베스트 셀러 작가다. 그녀는 ‘ 탐사 저널리스트’라고 불리기를 좋아한다. 미국 변호사회의 ‘사랑스런 여인’이라고 스스로 부르고 있다. 가수 시내트러의 방만한 예술가적 생을 그렸다가 고소를 당했지만, 변호사와 함께 싸워 이겼기에 문제의 책이 나오면 변호사를 찾아야 하기에 붙인 별호다.

켈리는 부시 ‘왕조(dynasty)’를 취재하기 위해 조시 부시 대통령(43대)의 아버지인 41대 허버트 워커 부시에게 인터뷰 등을 요구했지만 거절 당했다. 켈리가 낸시 여사의 자서전에서 “ 부시(H. W)가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그의 부인 바바라에게 알렸다는 대목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협력을 거절했다. 켈리는 4년 여를 추적해 코네티커트주 상원의원이었던 프레스토 부시에서 시작된 ‘ 부시 왕조’에 대해 그녀 특유의 탐사를 거쳐 705쪽의 책으로 냈다. 3대째인 조지 부시가 재선에 나선 9월이었다.

퓰리처 상을 받은 뉴욕타임스의 서평가 미치코 카쿠하니 서평가는 평했다. “ 이 책은 부시가(家) 사람들이 읽기를 바라지 않는 책이다. 부시 가문의 여러 추문, 실패, 알코올 탐닉, 마약 선호 등의 사실을 정책, 정치와 연관 지어 기술했다. 소문, 풍문을 재확인하는 수준이지만 재미는 있다. 그러나 정치가, 대통령 가문의 일을 정책, 정치와 관계 없이, 정확한 기록의 대비 없이 쓰는 것은 또 하나의 일탈이다.” 그래서 이 책이 시민들의 흥미를 끌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미국의 유권자들은 반 부시적인 이 책의 구매를 기피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가 재선 할 것 같다는 징후를 주게 하는 책이 케리 후보를 다룬 ‘부적합한 최고 사령관’이다. 8월 15일 나온 이후 9주째 뉴욕 타임스에서 1~4위를 오락가락하며 자리를 굳히고 있다. 아마존닷컴에서는 29위에서 시작해 이번주에는 40위다. 베스트 셀러 1백위 안쪽 자리를 확실히 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케리 지지 사설에서 밝히고 있다. “ 케리의 베트남전 참전은 처음에는 너무 과장이었고 그 후 웃음거리가 돼 버렸다. 그의 전 생애는 베트남에서 시작, 선거로 당선된 공직자로 도덕적 규율을 지켰다”며 ‘부적합한 최고 사령관 – 초계정 퇴역 군인들이 반대하는 존 케리’라는 이 신문의 베스트 셀러를 빗댔다.

‘ 최고 사령관’은 케리가 69년1월~4월까지 베트남 캄란만 연안 해안 순항대 44 초계정 정장을 함께한 존 오네일(해사 출신 중령제대ㆍ현재는 변호사)이 쓴 책이? 오네일은 케리가 4개월 여의 베트남 근무에서 3개 이상의 상이기장, 동성, 은성, 무공훈장을 받은 것은 엉터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케리가 71년 9월 상원 청문회에서 “ 베트남의 미군이 민간을 사살하고 캄보디아 국경을 침입했으며 베트콩을 무차별적으로 사살했다”고 쓰고 있는 것은 그 자신의 ‘환상적 소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네일은 “ 지난 5월, 케리와 함께 근무했던 20명의 장교가 케리의 대선 출마 지지 여부에 11명이 반대, 1명만이 지지를 명확히 밝혔다”며 케리의 전공과 반전 운동가로의 변신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요약했다. “ 대통령은 미군의 최고 사령관이다. 지휘관 중 최고다. 초계정의 지휘관으로 전공을 조작하고 그가 충성을 바친 나라의 전쟁을 그릇된 전쟁이라고 말하는 장교는 전우애가 없다. 그런 사람은 최고 사령관으로 부적합하다.”

이 책은 발간된 이후 계속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박빙의 선거 전쟁을 벌이고 있는 부시에게는 유리한 반면 케리에게는 불리하다는 뜻이다. 과연 부시가 재선이 될까? 베스트셀러는 그 답을 알고 있다.

입력시간 : 2004-10-27 10:43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