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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政'과 '正'의 의미


도울 김용옥 중앙대 석좌 교수의 ‘오 마이 뉴스’ 기고문이 실린지 보름 후인 11월 8일. 이날까지 5,328명의 네티즌들이 온라인 송금 형식으로 모두 2,700만원의 원고료를 보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11월 6일자 1면에 “한국의 시민 기자들, 전통 매체를 따라잡다”라는 기사를 싣고 놀라워 했다. “오마이뉴스는 3만5,000여명의 시민 기자들이 올리는 기사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시민 기자들은 자신들이 쓴 기사가 톱으로 오를 경우 약 20달러 정도의 원고료를 받을 뿐이지만, 뉴스와 의견 기사를 올리고 있다. (중략) 철학 교수인 김용옥씨는 불과 이틀만에 한국 노동자의 평균 연봉에 육박하는 2천 2백 60만원, 2만 2천 달러에 달하는 원고료를 벌어 들였다”고 보도했다.

김 교수의 글은 헌재 판결이 있은 후인 10월 26일, 27일 이틀에 걸쳐 실렸다. 첫 번 째가 “가련하다 헌재여! 당신들은 성문헌법 수호자 였거늘….” 두 번째가 “무릇 사람 위에 법 없다 했거늘… 그들은 왜 이런 바보짓을 했을까?”이다.

“정말 힘을 주는 시원한 글이었다.” “명쾌하고 기분 좋습니다.” “살아 있는 당당한 역사의 함성.” “양심과 용기, 지식의 삼위일체.” “젊은이들이 가질 역사적 소명 의식을 얻어 갑니다.” “언론과 지식인의 역할을 교과서적으로 보여주는 기사입니다” 등의 독후감이 차분하게 실렸다. 두 편의 기고를 두 번이나 읽어 본 뒤, 젊은 네티즌들이 김 교수 글의 어느 대목에서 역사의 함성이나 역사적 소명의식을 얻었을까 하고 생각했다.

고려대 –대만대 - 도쿄대를 거쳐 하버드대학에서 동양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전 고려대 교수인 그는 ‘도올 선생’으로 불리길 좋아한다고 한다. 그는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시작해 2000년 10월에는 ‘도올 논어 1, 2, 3권을 냈다. 그에 의하면 이 책은 KBS에서 논어 강의를 하기 전 그가 운영하는 도올서원에서 강의한 네 차례 강의록의 편집분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 공자, 노자에 관한 세계적인 사상가요 철학자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그의 두 번째 기고문에는 충격적인 공자의 정치(政)에 대한 해의(解義)가 있다. 그는 쓰고 있다.

“노나라의 실세며 삼환의 패자였던 계강자가 공자에게 물었다. ‘정치란 무엇입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정치란 바르게 하는 것입니다(政者, 正也).” 여기서 정(正)이란 타동사이다. 그것은 그릇된 것을 바로 잡는다는 뜻이다. 그것은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벌판에 새 집을 짓는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잘못된 집을 때려 부수는 작업이다. 노무현의 정(正)은 바로 부정(不正)들의 한 가운데 포위되어 있다는 원초적 사실을 직시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하는 것이다. 그는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지을 낭만이 허락돼 있지 않다.”

‘正’이 “잘못된 집을 때려 부수는 작업이라”는 해석이 젊은 네티즌들로 하여금 ‘역사적 함성’, ‘역사적 소명 의식’을 불러일으킨 것일까. 제발 그렇지 않기를 바라며, 고희를 갓 넘긴 언론인 홍사중이 지난 8월에 낸 ‘나의 논어’에서 그가 밝힌 ‘政’의 의미를 찾아 봤다.

조선ㆍ중앙일보의 칼럼니스트였던 홍사중은 서울대 사학과, 위스콘신 대학원을 나와 서울대 강사 - 경희대 교수 - 중아일보 논설위원을 거쳐, 조선일보 논설고문에서 퇴직한 언론인이다. “왜, 지금 논어인가”라면서 그 스스로 밝히고 있다. “내 자신도 60세가 될 때까지 ‘논어’를 제대로 통독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지식인이라 자처해 왔다. 내 전공이 서양 사회 사상사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주자가 편집했다는 ‘근사록(近思錄)’에 의하면 논어를 읽은 사람은 네 종류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전혀 얻는 것이 없는 사람, 둘째로 마음에 드는 한 두 구절을 찾아내 좋아하는 사람, 셋째로 ‘논어’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사람, 넷째로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사람이다. 나는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 다만, 공자가 가깝게 느껴졌을 뿐이다. 그리고 공자의 제자 자로처럼 응석을 부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언론인 홍사중이 1981년 낸 ‘근대시민 사상사’는 한때 금서였고, 그는 1980년대 신군부 시절에 해직되기도 했다. 그는 언론인이 된 후 ‘비(非)를 격한다’, ‘과거 보러 가는 길’을 내기도 했다. 그는 ‘政’과 ‘正’을 공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듯 해의하고 있다. “‘政’은 ‘正’입니다. 윗사람(계강자) 당신이 솔선해서 바른 일을 한다면, 아무도 감히 부정을 저지르지 않게 될 것입니다. 권력자인 당신의 처신이 바르지 않을 때 정치가 바로 될 턱이 없지 않습니까.”그는 공자에게 질문한 계강자를 백성으로부터 무거운 세금을 거두어 들이면서 자기 배를 채워 나간 노나라 실권자로 봤다.

언론이 홍사중은 ‘正’을 이렇게 풀이했다. “원래 ‘正’이란 글자는 ‘一(일)’과 ‘止(지)’라는 두 글자가 합쳐진 것이다. ‘一’은 목표를 뜻한다. ‘止’는 발을 옮겨 놓을 때 생기는 발자국 ‘지반’을 뜻한다. 그러니까 ‘正’이란 목표를 향해 똑바로 전진해 나가는 것을 뜻한다. 이런 풀이로는 ‘政’은 ‘正’이라기보다 ‘征(나아갈 정)’이다.”

네티즌들이 그의 해이를 읽었다면 그 ‘함성’과 ‘소명’을 느꼈을까. 그들은 목표를 향해 똑바로 나아가라는 ‘政’, ‘正’의 뜻이 잘못된 집을 때려 부수는 ‘政’, ‘正’과 같은 뜻임을 알 수 있을까. 제발 올해 73세인 홍사중 언론인과 56세인 도올 선생은 함께 만나 공자의 ‘政’에 대한 뜻을 다시 풀이해 주었으면 좋겠다.

입력시간 : 2004-11-1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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