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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접으며] 대우 해체가 남긴 그림자


“대우그룹의 옛 CEO 50여명이 채권 금융 기관 등으로부터 제기된 손해 배상 소송 때문에 아직도 고통받고 있습니다. 또 외화 도피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사람들 중 5명은 대법원에 소송이 계류 중이죠.” 대우의 ‘세계 경영’ 깃발이 꺾어진 지 5년. 그룹 해체로 뿔뿔이 흩어진 옛 계열사들이 워크 아웃 졸업이나 매각 등을 통해 새롭게 거듭 나고 있다는 소식은 어디까지가 정말일까?

대우 몰락의 그림자는 아직도 곳곳에 상처로 남아 있다. 해외 유랑 중인 김우중 전 회장의 처지도 그렇지만, 그를 보좌해 세계를 누비고 다니던 참모들이 고초를 겪는 모습도 씁쓸함을 자아내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실정법 위반에는 딱히 변명할 말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또 잘못한 점이 있으면 당연히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럼에도 이들의 몰락이 개운치 않은 것은 왜일까.

“대우와 김우중 회장은 정말 애국하는 마음으로 기업을 해왔습니다. 그런 마음 때문에 회사에서 밥 먹듯 야근을 하면서도 늘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남은 게 뭡니까? 부패와 부도덕이라는 일방적인 낙인뿐이었습니다.” 대우인의 항변은 이어진다.

“엄청난 규모의 부채는 IMF 위기 때 일시에 두 배로 뛴 환율 때문에 불가피했다. 해외 투자를 하면서 현지 금융을 썼는데 이 빚이 원화로 환산해 두 배로 뛴 것이다. 분식 회계도 잘못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1997, 98년에 환율로 인한 부채 급증을 불가피하게 가릴 수밖에 없었다.”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는 없는 법. 하지만 마실 수는 없어도 그 ‘물’이 어떤 것인지는 살펴 볼 수 있다. 대우인들은 최소한 그 점을 상기해 달라는 소망을 갖고 있다. “세계 경영은 대우만을 위한 선택이 아닌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경영 전략이었다. 500개를 훌쩍 넘었던 해외 현지 법인들이 지금껏 활동했다면 그 자산 가치가 100조, 200조가 됐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제는 다 남의 손에 넘어갔으니….”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번 동남아 순방 때 “밖에 나와 보니 기업들이 국가 대표인 것을 알게 됐다”는 요지의 말을 남겼다. 대우라는 브랜드는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서 여전히 한국 대표로 기억되고 있다. 묘한 감회가 스치는 대우 해체 5주년이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입력시간 : 2004-11-1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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