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實名과 匿名의 차이


실명(實名)은 익명(匿名)보다 책이 더 팔리게 했다. 지난 7월 15일 익명(anonymous)으로 “제국적 오만 – 왜 서방(자유세계)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지고 있는가”가 출간됐다. 당시 아마존닷컴의 판매 순위는 1,938위. 미 중앙정보국 전략작전국 부국장이며 반테러 수석 분석관인 마이클 쇼어는 11월 19일, 그 ‘익명’이 자신이라고 밝혔다. 아마존닷컴의 그 순위는 일순 84위(12월 3일 현재)로 급상승했다.

쇼어는 기자 회견을 자청, TV 대담 프로에서 익명으로 책을 낸 이유와 대통령과 정부에 충성해야 할 정보국 수석관료로서 정부의 아프칸, 이라크 침공을 비평한 것에 대해 솔직하게 답했다. 그 덕인지 책은 날개를 단 듯 잘 팔리고 있다.

NBC와의 대담에서 그는 존 맥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CIA가 역기능적 협박 기관이라고요? 저는 공화당원이고, 공화당에 투표합니다. 당신의 코멘트는 상스러운 것입니다.” 그는 CIA 요원으로 2004년 대선 운동이 한창일 때 부시 대통령을 비평하는 책을 낸데 대해서도 담담히 말했다.

“이 책이 부시 대통령을 헐뜯는데 계속 이용된다면, ‘그들’이 나에게 백지 수표를 주고 언론에 이야기 하게 한 셈이다.” ‘그들’은 CIA 대변인 빌 핼로우, 즉 지난 7월 12일 사임한 조지 터넷 국장일 수 있다고 그는 밝혔다. “이 책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책은 한 수석 정보 요원의 실패를 기록 한 것이다. 그것은 대통령 개인을 헐뜯는 게 아니다.” 그는 책에서 CIA의 기밀 사항과 비밀 요원들의 실명, 대통령은 언급하지 않았다. 11월 10일, CIA를 사임한 이후에야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밀을 조금씩 풀어 내고 있다.

그는 CBS에도 출연해 대담하면서 클린턴, 부시 정부의 백악과 대 테러 담당 보좌관이었던 리차드 크레이크에 대해 평했다. 크레이크는 쇼어가 “성미 급한 사람이며, 내각 회의에 참석해 주요한 일을 결정하는 인물 축에 못 든다”고 했던 인물이다.

쇼어는 밝혔다. “물론, 나는 내각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빈 라덴에 관해서는 크레이크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 빈 라덴의 표현에서 나는 그를 읽고 이를 터넷 국장에게 보고했다. 크레이크는 CIA의 활동에 너무 관여했고, 특히 고위 인사들에게 간섭이 잦았다. 그가 나를 비평했다면 그건 영광이다.”

쇼어는 2001년의 9ㆍ11까지 빈 라덴 특별대책팀장으로 있을 때(1996~99년) 클린턴, 터넷, 크레이크는 ‘모험’이 두려워 몇 차례나 빈 라덴을 생포하거나 사살해야 한다는 나의 지적을 무시했었다고 밝혔다. 또 그는 클린턴 정부가 테러에 대처를 잘했다고 하는 크레이크와 의견을 달리했다. 그는 ‘오만의 제국’에서 9ㆍ11 이후의 미국의 대 중동 정책은 “반쪽만 끝난 전쟁”이며 “우리 후손에까지 계속 될 전쟁”이라고 극언까지 하고 있다.

‘익명’으로 쇼어는 주장했다. “부시 정부의 많은 고위층은, 빈 라덴이 미국의 가치관과 자유를 증오하기 때문에 미국을 파괴하려 한다”, “그러나 나는 빈 라덴이 무슬림 세계에서 펼치는 미국의 대외정책과 활동을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는 요약하고 있다. “빈 라덴은 미국이 명확하고 초점이 맞는 대외 정책을 실천 않기에 공격에 나서고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원조를 끝내야 한다. △아라비아 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 △이란, 아프카니스탄 주둔도 종식해야 한다. △사우디 아라비아 같은 미국이 지원하는 독재, 변절한 무슬림 정권은 끝나야 한다. △무슬림 무장단체에 가혹한 러시아, 인도, 중국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철회해야 한다. △중동의 석유가를 낮추기 위한 미국의 대 중동 에너지 정책도 끝나야 한다.”

그는 경고하고 있다. “미국의 대 무슬림 정책, 대 중동 정책이 변하지 않는 한 미국은 군사 일변도의 대 중동 정책은 지속케 된다. 그 결과로 말미암아, 우리가 2차 대전 때 프랑스, 태평양, 도쿄 , 독일의 드레스텐에서 벌인 대량 폭격의 피해가 미국 본토에서도 일어날 지도 모른다. 그것도 우리들 자손 시대까지.”

그는 미국의 빈 라덴, 알 카에다, 무슬림에 대한 일방적 오만이 13억 인구의 무슬림 세계에 반미의 물결을 일게 했다고 보고있다. 그는 또 알 카에다 등 무슬림 무장 세력을 테러와 범죄 집단으로만 보기에 앞서 무슬림 봉기 단체로 볼 때, 미국은 오만으로 가려진 눈에서 빛을 볼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익명을 실명화 한 후 아마존 닷컴의 독자평에는 그의 의견에 찬성 비율이 50%에 머물고 있다. 6개 항에 대해 대토론회를 갖자는 그의 제안에는 반응이 없다. 그는 미국이 진정 자유주의국가라면 “모든 전쟁은 속임수라는 손자(孫子)의 말을 좇아, 미국 국민을 속이는 것이 미국 정부여서는 안 된다”고 책을 끝맺었다. 실명화로 늘어난 판매 부수 만큼 그의 생각이 미국민에게 확산될 지는 미지수다. ‘오만’은 자기 성찰 없이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입력시간 : 2004-12-0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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