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한류 역풍이 분다


외환 위기 이후의 끝 모를 경제난에서 헤어나지 못 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최근 ‘겨울 연가’와 욘사마로 대표되는 한류 열풍이 미치는 효과는 상당하다. 당장의 경제적 효과야 말할 것도 없겠지만, 수치로 환산될 수 없는 자부심과 희망은 더욱 값지다.

그러나 최근 동남아 한류 국가를 시찰하고 돌아 온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한류는 길어야 5년 안에 끝날 것”이라며 한껏 들떠 있는 우리 사회에 찬물을 끼얹는 보고서를 내 놨다. 곰곰 생각해 보니 찬물 끼얹기가 아니다. 한류라는 모처럼의 호재를 두고 민족적 우월성 운운하며 착각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자아 도취적 반응을 넘어 체계적인 분석과 발전 방안 마련을 촉구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민 의원은 “5년이란 수치는 현지 한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나온 결과”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 한류의 장기적인 유행을 점치는 낙관론이 대세임에도 그는 발언 강도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한탕주의 만연 등 전략 부재가 위험 요인이라는 것. 그는 “아직까지는 한류가 아시아인의 가슴에 촉촉하게 젖어 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한국 문화의 선천적인 우월성을 내세워 오만하게 접근한다면 한류의 급속한 퇴조를 자초하게 될 것”이라고 충고하고 냉정한 평가를 촉구했다.

찬찬히 생각해 보면 한류 역풍의 조짐은 비단 민 의원의 보고서에서만 감지되는 것이 아니다. 배용준과 최지우 등 대표적인 한류 스타 죽이기에 혈안이 된 일본 언론이나 타이완 연예인 노조의 반발 등 현지인들의 노골적 반감은 더 이상 강 건너 불이 될 수 없다.

한류의 본격적인 확산은 이제부터라는 말은 이 순간에도 들려 온다. 2005년은 한류가 아시아권을 넘어 전세계로 뻗어나가는 시발점이 되리라는 관측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 드라마의 아프리카 가나 진출(‘겨울연가’와 ‘불새’) 및 카자흐스탄과 우크라이나를 거쳐 마케도니아까지 전파될 예정(‘올 인’) 등의 사실이 증거가 될 수도 있겠다.

이제는 잠시 멈추고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장미빛 환상도, 섣부른 경계론도 결국 한류 붐 확산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한류는 기로에 서 있다. 한 편에는 세계화의 가능성이, 반대편에는 허망한 좌초가 한류를 기다리고 있다. 위기든 기회든, 선택은 물론 우리의 것이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5-01-21 11:35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