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마음이 경기를 살린다


“지난해 막바지에 영업 실적이 좋긴 좋았다. 하지만 올 1월에는 25일까지 실적이 12월의 절반 수준 밖에 안 된다. 자동차 내수 시장이 본격적인 상승기에 들어섰다고 보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지만 업계에서는 유지비가 적게 드는 디젤 승용차 등 신차가 대거 출시되는 봄부터는 아마도 내수 시장이 활기를 띠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차량 탁송업을 하는 P씨(32)는 지난 연말의 자동차 내수 호조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자동차 판매고는 내수 경기가 어떤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바로미터 중의 하나로 꼽힌다. 그런 관점에서 P씨의 전언을 곰곰 뜯어 보면, 현재의 내수 경기는 약간 혼조 상태가 아닌가 여겨진다. 즉 회복의 싹이 트는 듯하지만 침체의 기운 역시 여전하다는 것이다.

실상이 그렇다. 최근의 소비 회복은 중산층 이상의 고소득 계층에 국한된 측면이 많다. 내수가 살아날 조짐이 보인다는 정부 당국과 언론의 진단에 서민들은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이들의 체감 경기는 한겨울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전문가들도 경기가 추세적으로 반전했는지 여부를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하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 침체의 어두운 터널 속으로 한 줄기 서광이 비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한 듯하다. 올 들어 투자를 늘리겠다고 나선 기업들이 많아진 것도 좋은 징조다. 여기에 정부도 ‘경제 올인’의 의지를 수시로 밝히며 경제 주체들을 북돋우고 있다.

돈은 경제를 움직이는 피다. 피가 돌지 않으면 경제는 죽는다. 최근 몇 년 동안 돈은 일부 ‘닫힌 영역’ 안에서만 맴돌았다. 이제 돈의 흐름을 우리 경제 전체로 확산시켜야 한다는 당위가 현실화했다.

특히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주머니에도 돈이 골고루 흘러 들어가야 한다. 경제적 약자들이지만, 결국은 경제의 주춧돌인 그들. 서민이 돈을 쓰기 시작해야만 내수 경기가 완전히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고소득층과 기업 등 가진 자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한 것은 다행스럽다. 그들이 쓰는 돈이 서서히 아래로 흘러 서민들의 지갑을 두텁게 하면, 다시 이들이 소비에 나서리라는 기대를 가져 본다. 우리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소비가 미덕’인 시점에 서 있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5-02-02 11:41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