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MBC사장 선임의 의미


49세의 최문순 선장이 1,500명이 탄 개혁호의 돛을 올렸다. 3대 거대 지상파 방송 중의 하나인 문화방송 사장으로. 언론계에 태풍의 눈이 둥실 떴다.

우선 3월에 열릴 주주 총회에서 인사폭풍이 불어 닥칠 것으로 예상되며 언론계가 뒤숭숭하다. ‘최문순 사장 추진하게 될 것이 진정한 개혁’이라는 기대가 반, ‘개혁 코드 위주의 인선이 무능 경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가 반이다. 노무현 정권의 표어인 ‘권위주의 해체’의 외연(外延)이라도 되는가?

도올 김용옥이 ‘조선 왕조 설립 이후 최대의 개혁 대통령’이라고 평가 하는 노 대통령의 외침은 ‘탈 권위주의’였다. 능력 없는 기득권층에 긴장의 칼날을 들이대는 의미이기도, 능력이 아닌 나이로 권력을 유지하려는 일부 기득권 진영에 일격을 가하는 의미도 된다.

개혁 이데올로기의 급물살은 여간해서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던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관행은 요즘 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에겐 구닥다리의 유산일 뿐이다. 이젠 선생님이 학생에게 인사를 먼저 건네는 풍경도 자연스러울 정도다. 그를 두고 권위와 대 비권위의 소통이 아닌 인격과 인격의 만남이라 하는 시대다.

최문순 사장의 이번 취임도 이런 식의 해석이 적용되고 있다. 나이는 중요치 않다. 능력이다. 이번의 인사 태풍의 눈에서 “직급은 역할에 따른 구분인 것이다!”고 못 박으며 그가 선언한 것은 “화합과 단결의 MBC”였다.

물론 그가 진정으로 개혁적이며 능력 있는 참신한 인물인지에 대한 평가는 향후 행보를 지켜 본 후에 결정할 일이다. 이쯤서 정치권의 어법을 빌어 본다. 그렇다면 ‘관전 포인트’는 어디 있을까? ‘후속 MBC 인사에서 선후배간 명예로운 공존이란 화두가 얼마나 지켜질 지의 여부’라고 전문가들은 입 모은다.

개혁적 수장이라고 불리는 최문순 사장은 과연 다가 오는 인사에서 개혁 수장답게 나이 불문하고 능력과 개혁적 코드를 고려한 인사를 할 것인가? 아니면 단지 권력 유지 일환으로 권위를 재생산하는 인사오류를 범할 것인가? 명불허전(名不虛傳)이란 말이 헛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홍세정 기자


입력시간 : 2005-03-03 14:42


홍세정 기자 magicwelt@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