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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컴과 현대사회] 신문의 위기, 다음은 방송인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스포츠 신문은 아주 잘 나가고 있었다. 지하철 승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스포츠 신문을 펴들고, 자신의 운세를 예측하기도 하면서, 프로 야구 경기 결과나 연예인의 사생활을 시시콜콜 파해친 기사에 코를 박고 빠져 들었다. 옐로 페이퍼라는 비아냥도 있었지만, 스포츠 신문은 그리 길지 않은 지하철 여정에서 시간을 적절하게 소비할 수 있는 유용한 매체였다. 그래서 돈이 된다고 판단한 신문사들이 너도나도 뛰어 들었고, 수입도 꽤 짭짤했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요즘 지하철 승객들의 손에는 스포츠 신문 대신에 이른바 무가지라고 불리는 무료 정보 신문들이 쥐어져 있다. 단돈 몇 백원이라도 자신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공짜가 좋긴 한 것이다. 당연히 스포츠 신문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순식간이었다. 그 결과는 구조 조정이었다. 지난 한 해 동안 스포츠 신문에서 거리로 내 몰린 언론인은 5백여 명에 이른다.

유감스럽게도 이 참담한 상황은 멈추거나 호전되지 않고 있다. 남아있는 언론인들도 추가적 구조 조정의 위협 앞에 놓여 있다. 스포츠 신문쪽은 이미 산소 호흡기를 떼어 낸 상태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종이 신문의 위기는 비단 스포츠 신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메이저 신문 한두 곳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신문들이 위기 국면에 돌입했다. 정리 해고, 명예 퇴직, 희망 퇴직이라는 이름으로 몸집을 줄이려는 서글프고 아픈 시도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종이 신문의 위기는 이미 돌이킬 수 있는 지점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방송은 어떤가? 최근, 종이 신문의 위기에 이어 방송의 위기가 임박했다는 경고음이 요란하다. 방송의 위기에 대한 인식은 최근 대단한 뉴스거리였던 MBC 문순 사장의 취임사에도 담겨 있다. “MBC는 특권의 자리에서 약탈적 경쟁의 세계로 내던져 졌습니다.” “이제 방송은 케이블, 위성, 디지털, IP – TV 등으로 이뤄진 무한 채널, 무한 공간 속의 작은 부분으로 남은 것입니다.” 그 동안 적어도 생존의 문제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을 거대 지상파 방송사에 취임하는 젊은 사장의 이러한 발언은 결코 엄살이 아니라는 데에 많은 방송인과 전문가들은 동의하고 있다.

방송의 위기는 역설적이게도 방송 기술 발전에서 시작됐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DMB를 낳았고, IP-TV로 이어지고 있다. 불과 2~3년 안에 우리 앞에 나타날 IP - TV가 기존의 방송 매체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Internet Protocol - TV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프로그램이 전파가 아니라 통신망으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중계망을 통해서 수용자에게 전달되던 것이 인터넷망을 통해서 전달된다는 것은, 전달 수단의 소유가 방송사에서 통신사에게 넘어간다는 의미와 함께 ‘방송의 공공성’이라는 의미가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뜻한다. 전파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넓게 전달되는’ 방송이 아닌 이상, 기존의 방송에 지워지던 공공성의 의무는 부과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방송학 개론’ 제 1장에 빠짐없이 등장하고 방송의 금과옥조로 받아 들여졌던 ‘방송의 공공성’이 자리를 잃게 되면, 프로그램의 공공성도 설자리가 좁아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미 시작된 방송의 위기는 방송사의 위기나 방송인의 밥그릇 차원의 위기가 아니라, 사회적 공기(公器)로서의 언론 그 자체의 위기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위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종욱 CBS PD networking62@chol.com


입력시간 : 2005-03-08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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