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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호주제 폐지 일궈낸 여성계
"남녀 모두가 세상의 주인이 되는 쾌거"



“호주제 폐지, 만세!”

3월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복도 휴게실에서는 여성계 인사들의 벅찬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호주제 폐지라는 여성계의 50년 숙원을 이뤄낸 순간이었다. 이날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민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자 본회의 참관을 위해 국회를 찾았던 지은희 전 여성부 장관과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연대’ 회원 10여 명 등 여성계 인사들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감격에 겨운 만세를 불렀다.

“너무나 감격스러워 뭐라 말을 잇지 못하겠습니다. 호주제 폐지를 통해 역사의 큰 흐름이 만들어진 것이며 이를 통해 가족 안에서 양성 사이에 진정으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그런 문화가 새롭게 탄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지은희 전 여성부 장관),“호주제 폐지는 우리 사회를 한 수준 올려 남녀 모두 주인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반세기만의 호주제 폐지를 국민의 이름으로 환영하고 싶습니다(곽배희 가정법률상담소장).”

정치권도 잇따라 환영 논평을 냈다. 열린우리당 김현미(金賢美) 대변인은 “씨앗을 뿌리고 다져온 지 50년 만에 본 결실에 대해 감격과 환희의 눈물로 환영한다”고 전했고, 국회 여성위원장인 한나라당 김애실 의원은 “오랜 여정을 거쳐 마침내 도달한 호주제 폐지의 과정에 애를 써온 각계 각층 인사들께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호주제 폐지를 담은 민법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2008년 1월 1일부터 기존의 호적 제도는 완전히 법적 효력을 상실한다. 남성 위주의 호주 승계 순서가 없어지고, 결혼이나 입양의 경우에도 호적을 옮길 필요가 없다. 부부가 합의하면 자녀가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도 있다.

이 같은 ‘성차별, 반인권’의 상징으로 논란을 빚어 왔던 호주제의 폐지는 그간 여성계의 끈질긴 노력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여성계는 지난 반 세기 동안 관습과 제도라는 철옹성을 향해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 외롭고 힘든 싸움을 전개해 왔다. 물론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여성계를 지원한 남성들도 있었다.

호주제 폐지의 당위성을 학문적으로 뒷받침한 민법 학계의 거두 김주수 경희대 법대 객원교수나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호주제 폐지 홍보대사를 맡았던 탤런트 권해효 등이 그러한 버팀목이었다. 여하튼 이제 ‘호주’라는 말은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추게 됐다. 양성 평등이라는 큰 물줄기를 터줄 것이라는 전 국민의 기대를 품고서.



배현정 기자 hjbae@hk.co.kr


입력시간 : 2005-03-0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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