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불멸의 이순신


‘불멸의 이순신’. 한국방송공사(KBS)가 주말에 내보내고 있는 특별기획 드라마의 타이틀이다. 그렇다. 충무공 이순신(1545~1598)은 우리 민족에게 불멸의 존재다. 400여년 전 임진왜란 때 백척간두의 나라와 민족을 구한 전쟁 영웅으로서 그의 이미지는 또렷하게 우리 뇌리에 새겨져 있다.

이순신이 불멸의 존재임을 이따금 확인케 하는 우리 국민만의 의례도 있다. 한일 관계가 칼날처럼 대립할 때마다 이뤄지는 의례다.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 조례 통과로 최근 반일 정서가 들끓은 가운데 이순신이 떠받들어지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의례의 전범이다. 일본의 도발을 무력으로 징벌했다는 상징으로서.

그러나 이 때의 불멸은 정확히 말하면 ‘반복되는 부활’이다. 그가 필요할 때마다, 주로 극일(克日) 정신을 고양시키고자 할 때, 현대의 후손들은 민족의 영웅 이순신을 먼지 앉은 서가에서 끄집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순신 소비 방식’은 이제 진부하다. 또한 공(公)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왜 4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어르신을 ‘싸움터’에 대신 내보내는가 말이다.

이순신의 생애와 업적이 남긴 교훈은 후손들에 의해 체화돼야 할 몫이다. 이순신 연구자인 김덕수 공주대 교수는 “이순신 장군은 일본에 대한 철두철미한 연구를 통해 23전 23승의 신화를 썼다”며 “장군을 받든다는 우리 후손들은 과연 이 같은 태도를 얼마나 배우고 실천했는가”라고 반문했다.

일본은 한국을 치밀하게 연구하는 반면 우리는 그에 못 미친다는 자성의 소리다. 적지 않은 일본인들이 한때 원수였던 충무공을 영웅으로서 연구한다고 하니, 그들의 민족과 국경을 넘나드는 실용주의에 소름이 끼칠 따름이다. 그러나 그들에게서도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더구나 충무공은 우리의 자랑스런 조상이 아닌가.

이제 충무공은 극일(克日)의 역사적 상징으로 재소비되는 존재가 아니라 민족이 늘 본받아야 할 ‘역할 모델’로 자리잡아야 한다. 범부에서 진정한 영웅으로 스스로를 거듭나게 한 친숙하고도 치열한 인간 이순신은 우리의 가슴에 오롯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이순신 리더십’의 전도사인 지용희 서강대 교수는 “이순신 장군의 정신과 리더십을 배운다면 기업도 개인도 백전백승”이라며 “제2, 제3, 아니 수많은 이순신이 나올 수 있는 ‘이순신 생태계’가 조성된다면 어느 나라도 우리를 얕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멸의 이순신’은 바로 지금 우리가 만들 몫이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5-03-30 15:59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