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컴과 현대사회] 사회고발 프로의 두 얼굴


현재 인기리에 방송 중인 ‘좋은 나라 운동본부’란 프로그램이 있다. 식품제조, 유통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안전밥상’과 체불임금을 고발하는 ‘양심추적’,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선행을 발굴해 소개하는 ‘천사를 찾아라’ 등 세 코너로 진행되고 있다. 식품의 제조, 유통과정에 있어 위생상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안전밥상코너’는 외식이 나날이 늘어가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의미 있는 프로라고 할 수 있다. 얼마되지 않은 임금은 체불하면서도 스스로는 고급승용차를 서너 대씩 굴리면서 호화스럽게 살고 있는 비양심적인 임금 체불 기업주를 고발하는 ‘양심추적 코너’ 역시 보는 이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이른바 사회고발 프로그램으로 손색이 없을 듯하다.

이 두 코너는 언론의 고유기능 중 비판, 고발 기능(watch dog 기능)을 한껏 충족시키는 코너이기도 하다. 시청자들은 방송의 이 같은 고발 프로그램을 보면서 대리만족의 효과를 얻게 된다. 악덕 임금 체불 기업주가 카메라를 들이댈 때 당황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껏 통쾌해 하며 이 같은 사회고발 프로그램이 좀더 많았으면 하는 기대를 갖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정통 사회고발 프로그램에는 뜻밖에도 만만찮은 부작용이 도사리고 있다. 단발로 시청할 때와 달리 악덕 기업주나 쥐가 나오는 더러운 식당, 구더기가 들끓는 식품제조업체를 고발하는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시청할 경우, 사람들은 냉소적인 마음으로 바뀌게 되는 경우가 나타나게 된다. 빈자의 등을 친 임금 체불 기업인이 화려하게 사는 모습과 이에 대한 고발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이 느끼는 마음은 처음엔 통쾌하고 후련하다가도 방송이 끝나면 결국은 마음이 불편하고 무거워지는 것이다.

방송은 현실보다 더 생생하다. 부엌 냉장고에 있는 사과보다도 미인이 한입 베먹는 사과가 훨씬 맛있어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회고발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을 경우 전체 국민들의 사회에 대한 냉소감은 커지고 동시대 사회현상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은 늘어나게 된다. 심할 경우에는 “한국사람은 할 수 없어” 같은 식의 허무주의가 나타나게 된다. 이른바 미디어가 주는 부정주의 효과 (media malaise effect) 가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부정적인 현상과는 상관없이 곧 나쁜 내용이 좋은 방송의 소재가 되는(bad news is good news) 언론속성으로 인해 이러한 프로그램은 여전히 인기를 끌 것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언론의 사회고발 프로그램은 양면의 칼날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시원하기도 하지만 사회를 보는 부정적인 시각을 키운다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고발 프로그램을 자주 접하는 시청자는 점차 이 같은 비양심에 대해 스스로가 무감각해질 수도 있겠고 결국엔 한국사회는 문제가 많고 희망이 없다고 나름대로의 진단을 하게 된다.

이기준, 이헌재 부총리,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 등이 탈법적인 부동산 투기로 줄줄이 물러나는 것을 보며 모두가 부패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이 같은 사회고발 프로그램을 접하는 순간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과는 달리 막상 시간이 흐르면 나만 바보 같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결국 정치, 사회 현안을 냉소적으로 보게 되고 자연히 사람들은 중요한 이슈보다는 차라리 오락이나 스포츠를 더 탐하게 되는, 이반현상까지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사회고발 프로그램은 두 얼굴을 가진 괴물이고 우리는 그 괴물을 새겨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동률 연세대 언론연구소, 매체경영학 박사


입력시간 : 2005-04-12 17:24


김동률 연세대 언론연구소, 매체경영학 박사 yule21@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