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같은 삶 마감한 세기의 로맨티스트

[피플] 레니에 3세 모나코 국왕 서거
영화같은 삶 마감한 세기의 로맨티스트

‘그레이스 켈리의 곁으로…’

세기의 로맨스와 치적을 남긴, 레니에 3세 모나코 국왕이 4월 6일 서거했다. 향년 81세.

심장질환과 호흡곤란 등 지병으로 타계한 레니에 3세의 장례식은 15일 각국 국가 원수와 왕족이 참석한 가운데 모나코 성당에서 치러지고, 시신은 같은 성당 지하실에 안치되어 있는 부인 그레이스 켈리 옆에 묻힌다.

생전 그는 동화에서나 나올법한 왕자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1923년 5월 31일 모나코 공국의 샤를로트 공주와 피에르 드 폴리냑 백작 사이에서 태어나, 49년 조부인 루이 2세가 서거한 뒤 왕위를 이어 받았다.

프랑스의 보호를 받는 지중해 연안 소공국의 군주였던 레니에 3세는 56년 4월 18일 미모의 할리우드 스타 그레이스 켈리와 결혼,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2차대전 때 프랑스 군으로 참전해 무공훈장을 받은 20대의 독신 국왕은 유럽 사교계의 총아였고, 그레이스 켈리는 인기 절정의 배우였다.

그레이스 켈리와의 만남과 이별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 55년 레니에 3세는 모나코 몬테카를로시 티위스티산의 도로를 지나다가 운명처럼 그곳에서 히치콕 감독과 영화를 찍고 있던 켈리를 만났고, 이듬해 전격 결혼을 감행했다. 82년 켈리는 영화를 찍던 그 장소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그는 이후 재혼하지 않고 끝까지 세기의 로맨스를 지켰다.

레니에 3세는 유능한 경영인이기도 했다. 그는 60년 가까운 통치기간동안 모나코에 막대한 부를 남겼다. 인구 3만 명에 불과한 소공국을 세계적인 금융, 관광 중심지로 크게 키워냈다. 74년에는 국제 서커스 대회를 창설하여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행사로 발전시켰고, 90년대에는 도박 산업 의존도를 4% 대로 낮추는 등 산업 구조의 비약적인 변화를 일궈냈다.

레니에 3세는 62년 헌법을 개정해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국민회의와 권력을 공유하는 정치 개혁도 이뤘다. 93년에는 모나코를 183번째 유엔 회원국으로 가입시켰다. 슬하에 알베르 왕자와 카롤린 및 스테파니 공주를 뒀으며, 왕위는 알베르 왕자가 계승했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5-04-14 19:16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