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개혁의 고통이 달게 느껴지려면


요즘 행정자치부 발(發) ‘조직 혁명’으로 관가가 술렁이고 있다.

‘기업식 팀제’라는 특단(?)의 처방으로 정부 수립 이후 60년을 지탱해 온 연공서열 조직을 대수술 했기 때문이다. “다음은 어떤 부처…” 90만 공무원들의 불안감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고통 없는 개혁은 없다. 그러나 제도 개혁의 성공은 제도 자체의 훌륭함을 넘어, 잠재적으로 합의된 강력한 ‘동기’가 없다면 성공하기 힘들다. 피로감만 줄뿐이라는 것이 그간의 경험이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최근 저서 ‘강한 국가의 조건(State Building, 2005년)’에서 제도 개혁과 동기 부여의 관계를 설명한 경제학자들의 재미있는 농담을 소개했다. 학생이 길거리에 떨어진 100달러를 주우려 하자, 경제학자는 그 돈은 도저히 거기에 있을 가능성이 없다며 이를 말린다. 만약 돈이 거기 떨어져 있다면 누군가 집어 갔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란다. 즉 경제학자에게는 인센티브만 존재하면 자동적으로 행동을 유발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주는 농담이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아무리 훌륭한 제도라도 언제나 스스로 동기를 생성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제도 자체가 개혁의 목적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최근 진행되는 정부조직 개혁 아킬레스건은 공무원들이 왜 개혁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 부여가 명확치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단지 IMF이후 냉소 받아온 ‘철밥통’ 이미지 탈피 정도의 동기로는 고통을 쉽게 참아내기 힘들고, 그 결과 ‘무늬만 개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시간이 감에 따라 예전의 제도 실험처럼 유야무야될 여지도 크다.

1960년대 서구식의 제도를 수입한 많은 개도국 중 거의 유일하게 한국만이 장기적 경제성장을 이룩한 나라가 된 것도 제도의 우수성 덕 보다, 공직자가 앞장서고 국민 스스로 가난을 극복해 보겠다는 강력한 국가적 동기형성에 성공한 덕택이다.

오늘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 본질은 ‘고용 없는 성장’ ‘초고속 고령화 사회’ ‘양극화 현상 심화’ 등 예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패러다임의 변화이다. 현재로서는 우리가 겪고 있는 난제를 풀 의지와 능력을 가진 곳은 재벌도 NGO도 아닌, 국민의 지지를 받는 강력한 정부 뿐이다. 이러한 책무를 60, 70년대 사명감 넘친 공무원들이 그러했듯, 지금의 공무원들이 스스로 한국의 난제를 짊어질 주체세력으로 강한 동기부여를 받는다면, 강력하고 효율적인 강소국(强小國) 건설을 위한 개혁의 고통도 다소 달게 느껴지지 않을까.

조신 차장


입력시간 : 2005-04-14 19:17


조신 차장 shin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