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컴과 현대사회] 그대 아직도 언론고시를 꿈꾸는가


언제부턴가 언론사 입사시험이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언론고시’라고 불리우고 있다. 언론사에 대한 선호도가 그만큼 높다는 얘기일 것이다. 오늘도 대학 도서관에서 PD나 기자를 꿈꾸며 두툼한 ‘언론고시’ 수험서를 파고드는 학생들이 많을지 모르겠다. 언론사 인기가 그렇게 높은 이유가 무엇일까.

다른 업종에 비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자율성과 자기실현가능성 때문일까, 아니면 언론인에게 부여되는 사회적 영향력이 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비교적 높은 임금이 흡인력일까. 지원자마다 다르겠지만 대략 이런 것들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언론인이 된다는 것에 여전히 그런 매력이 뒤따르고 있을까. 언론사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그 대답은 아마도 신통치 않을 것이다.

지난 해 8월에 한국기자협회가 전국의 기자 3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이직을 고려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63%가 ‘있다’고 대답했다. ‘고시’라고 불릴 정도로 어려운 관문을 거쳐 기자가 됐을 텐데, 왜 이렇게 많은 언론인들이 ‘차라리 떠나고 싶다’고 할까.

언론비평 주간지 ‘미디어오늘’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2개사에 종사하는 인원이 지난 10년간 38%가 줄었다. 심지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신문사도 있다. 또 언론사에도 비정규직 비율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어떤 조사결과를 봐도 언론사의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 뿐이다.

사양산업으로 판정 받은 신문업계는 그렇다 치더라도, 방송 쪽은 사정이 다르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겠다. 이른바 뉴미디어의 흐름을 타고 확대일로를 걷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과연 그럴까. 폐간까지 나오는 신문업계 보다는 방송업계 상황이 조금 나은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방송업계의 앞날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DMB를 예로 들어보자.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 듯이 DMB는 지상파DMB와 위성DMB로 나누어진다. 기존의 지상파 방송들이 지상파DMB를 나누어 차지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점은 비슷한 수의 채널을 가진 위성DMB를 거대 통신회사가 차지했다는 것이다. 방송 전달수단을 방송사가 아닌 통신회사가 소유했다.

위성DMB에서 방송사들은 콘텐츠 제공자일 뿐이다. 단순하고 야박하게 비유하자면 방송사는 통신회사가 가진 땅을 빌려서 붙여먹은 소작농에 불과하게 되는 것이다. DMB 이후에 등장할 IPTV 그리고 WiBro(무선인터넷)와 같은 뉴미디어의 확대는 이런 구도를 심화 시키는 과정이 될 것이다.

질 높은 콘텐츠를 만들어서 높은 수익을 올리면 되지 않느냐고 할 지 모르겠다. 물론 소작을 부쳐서도 이익을 내는 방송사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승자는 소수에 불과 할 것이고, 소작농은 소작농일 뿐이다. 미국의 서부개척시대에 금광을 캐러 많은 사람들이 떠났지만 골드러시에 돈을 번 사람들은 금광을 캤던 사람들이 아니라, 철로를 부설하거나 철조망을 설치한 업체, 그리고 리바이스 청바지나 마차를 팔아먹은 사람들이었다. 열심히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보다는 방송망을 장악한 업체, 통신망을 까는 업체, 수상기나 단말기를 만들어 파는 업체들이 승자가 될 것이다. 방송인은 ‘재주 부리는 곰’ 신세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언론인을 꿈꾸는 젊은이가 읽는다면 너무 비관적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긴 요즘 같은 시대에 힘들고 전망이 불투명하지 않은 업종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이런 권유를 하고 싶다. 예전과 같은 물적 조건은 보장되지 않더라도 언론 본연의 사명을 감당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둔다면 언론인을 꿈꾸어도 좋다고. 어떻게 보면 언론은 더 낮아져야 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언론인이 낮아지고 곤궁해진다면 지금보다는 더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언론이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고, 그런 언론이 본연의 사명에 더욱 가까울 것이기 때문이다.

김종욱 CBS PD


입력시간 : 2005-04-21 14:44


김종욱 CBS PD networking62@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