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변하는 것이 날씨만일까?


가랑비도 아니고, 장맛비에 옷 젖는 줄 모르고 서 있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더러는 ‘미련 곰탱이’라고 부를 것이고, 혹자는 ‘로맨티스트’라고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무어라 해도상관 없다. 여하튼, 오늘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금 장맛비에 옷 젖는 줄 모르고 서 있는 사람들이다.

어릴 때 얼음을 지치던 강이 더 이상 얼지 않음에 ‘옛날이여~’를 연신 되뇌어보지만, 정작 지금 이 시간에 자신의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기후의 변화에는 둔감하다. ‘꽃이 안 핀다’, ‘100년만의 기록이다’는 식의 소리에나 잠깐씩 반응할 뿐, ‘100살까지 살 것도 아닌데, 100년 뒤 부산에 겨울이 없어지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는 식이다.

100년 동안 4~6도가 오른다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면 연평균 기온을 2도만 상승시켜 50년만 앞으로 가보자.

“남해안에 즐비하던 멸치잡이 배들이 동해로 간다. 멸치 가공 공장들도 동해안으로 따라 간다. 여수 오동도를 찾지 않더라도 서울이나 인천에서 동백꽃을 구경하고, 동백을 볼 수 없는 남쪽 지방 사람들은 서울을 찾는다. ‘대구 사과’라는 이름은 옛날 교과서에나 나오고 청송 사과, 문경 사과로 변신을 거듭한 사과는 이제 태백 사과까지 나올 조짐이다.”

터무니 없는 얘기라고 몰아 부칠 수 도 있지만, 연평균 기온이 2도만 상승해도 모두 가능한 이야기들이다. 단적으로 ‘대구 사과’의 명성을 청송 사과, 문경 사과 등이 이어가고 있는 현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변하는 건 자연 뿐만이 아닐 것이다. 기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레저관광산업 등 수 많은 산업들이 그 지형도를 달리 하게 될 것은 뻔한 일이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거기에 자기자신을 맞추지 않으면 살아 남기 힘든 우리들이지만, 정작 발 불이고 머리에 이고 사는 하늘과 땅, 자연의 변화에 대해서는 너무 무감각한 것은 아닌지 한번쯤 되돌아 볼 일이다.

정민승 기자


입력시간 : 2005-04-21 18:21


정민승 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