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칼럼] 독도를 독도답게


동해의 ‘외로운 섬’ 독도에 휘몰아치고 있는 파고가 좀처럼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은 여전히 뻣뻣한 자세로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있고, 이에 항의하는 국민들의 함성은 끊임없이 하늘을 찌른다.

언제까지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하는가, 독도는 지금 몹시 고달픈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마음 고생이 심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영토로 멀쩡하게 잘 있는 섬을 바로 이웃한 나라에서 자기네 소유라며 끈덕지게 집적거리고 있으니 그 아픔이야 말을 해 무엇하랴.

성격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마음 못 지 않게 몸도 시달림을 당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마음의 아픔이 외세에 의한 것이라면, 몸의 고달픔은 역설적으로 국민들의 뜨거운 사랑에 기인한다. 독도 땅을 밟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인간의 발자국이 늘어날수록 자연이 상처를 받는 것은 필연적이다.

정부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입도(入島)를 허용한 지 24일로 꼭 한 달을 맞았다. 일본 시마네현 의회가 3월 16일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을 의결해 국민적 공분이 높아지자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바로 그날 독도 개방 방침을 서둘러 발표했다. 그 이후 관련 규정의 개정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8일만인 3월 24일부터 일반 여행객들의 출입이 시작됐다. 학계와 시민 단체 의견 등 충분한 여론 수렴도 없이 그야말로 초스피드로 이루어진 것이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한 대책 치고는 참으로 즉흥적이고 유치하기까지 하다는 생각을 지금도 지울 수 없다.

독도는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생태계와 자원의 보고다. 천연기념물인 바다제비, 괭이갈매기 등 희귀 조류를 비롯한 300여종의 생물이 독도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 지질학적으로도 화산섬 생성과정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서 자연 환경적 가치는 더욱 높다.

그런데도 환경 훼손에 대한 철저한 대책 없이 분노한 국민 감정에 기대어 덜컥 일반인의 출입을 허용해 뜻 있는 사람들의 걱정을 키우고 있다. 방문객들이 둘러볼 수 있는 곳을 선착장 주변으로 국한한다고 하지만 새를 비롯한 예민한 동물들에게 소음 등 피해를 주는 것은 불가피하다. 또 오랜 침식 작용으로 암석의 붕괴 과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조그만 진동만으로도 무너져 내릴 수 있다.

독도 관리의 책임을 맡고 있는 경북 울릉군에 따르면 입도 허용 후 한달간 모두 1,500여명이 독도 땅을 밟았다. 거친 파도 등 기상 여건에 따른 접안 불가능만 없었더라면 총 3,500여명이 찾았을 것이라고 한다. 자연 환경을 해칠 수 있을 만큼 적지 않은 숫자다.

이제 본격적으로 날씨가 따뜻해지고 특히 여름 휴가철이 되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독도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사랑한다고 해서 꼭 대상을 만져보고 품어보아야만 좋은 것은 아니다.

직접 만나거나 접촉하지 못해도 먼 발치로나마 애틋한 마음으로 쳐다보며 행복을 바라는 것이 더욱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독도의 땅을 밟고 서서 생생한 숨결을 느끼고 싶더라도, 또 이를 통해 독도가 우리 것임을 확인하고 싶더라도 독도를 위해 꾹 참아야 한다.

정부도 하루빨리 일반인들의 입도 허용 조치를 철회하고 완벽한 환경 보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독도에 한국 여행객들이 드나들지 않아서 일본이 거리낌 없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국제적 분쟁을 우려해 할 얘기를 못하고 소극적으로 대처해 온 이른바 ‘조용한 외교’가 주요 이유 중의 하나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세계 지도 등 영토 관련 자료에 동해를 일본해로,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하는 것을 지원하는 등 국제적으로 유리한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해 왔다. 정부도 이제 세계 각국으로부터 독도가 우리 땅임을 인정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외교 활동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독도는 독도답게 ‘외로운 섬’으로 남겨 두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김양배 부국장 주간한국부장 겸 미주부장


입력시간 : 2005-04-26 14:12


김양배 부국장 주간한국부장 겸 미주부장 yb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