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 연세대 언론연구소, 매체경영학 박사

[매스컴과 현대사회] 블로그의 명과 암
김동률 연세대 언론연구소, 매체경영학 박사

블로그의 발달로 1인 미디어 시대가 급속히 도래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제한적으로나마 블로그를 언론 매체로 인정하기도 한다. 미 백악관은 지난 3월 7일 공식적으로 그래프(Graff)라는 블로그 미디어 편집인에게 백악관 취재 허가를 의미하는 프레스 카드를 발급했다. 또 이미 지난 미 대선 과정에서 몇몇 블로거 들이 취재허가를 받기도 했다. 프레스 카드 발급은 제도적으로 블로거를 저널리스트로 인정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이 같은 블로그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못지않게 문제점 또한 적지 않다.

블로그를 통해 저작권을 아예 무시하고 무분별하게 퍼 나르는 행위가 이제 사회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연예인 X 파일’에서 보듯 한번 퍼 나르기 시작하면 마치 봄날의 들 불처럼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간다. 조선일보 기자가 KBS 여자 아나운서를 모독하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고 이것이 확산되어 결국 재판까지 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MBC의 ‘신강균의 사실은’도 비슷한 경우다. 블로그를 통해 퍼진 글로 인해 프로그램 자체가 폐지됐다. 선거전에서 블로그에 상대방 후보들의 사생활이 무차별적으로 폭로되기도 한다. 법은 멀고 소문은 화살보다 빠르고 무차별적으로 퍼져나간다.

블로거 들이 항상 말썽만 피우는 것은 물론 아니다. 잔혹한 이라크 포로 학대 사진과 증언이 공개돼 큰 파장을 일으켰던 것은 당시 29세의 평범한 건축가 살람 팍스가 운영하는 블로그였다. 네티즌들은 이라크 전황을 CNN보다 이 블로그를 통해 접했다.

알래스카의 평균 기온이 지난 30년 동안 화씨 7도 상승했다는 2002년 뉴욕타임스의 기사가 오보라는 것을 밝혀낸 사람도 블로거인 앤드루 설리번이었다. 그는 알래스카 기후연구소 자료를 뒤져 상승 온도가 7도가 아닌 5.4도라는 사실을 알아냈고, 권위지 뉴욕타임스는 정정 기사를 내는 수모를 당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블로거 들이 언론 자유의 보호대상인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언론과는 달리 익명성에다 기사의 사실 여부도 확인할 수 없어 취재원 보호의 명분이 적용되느냐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인터넷의 발달로 비전통적 언론이 증가할수록 언론자유의 책임성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카운티 상급법원은 최근 애플이 자사의 영업비밀 누설 혐의로 지난 해 12월 제소한 블로그 형태로 운영되는 온라인 웹진 세 곳의 기자 3명에게 자료 출처, 즉 취재원을 밝혀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회사의 영업과 관련된 비밀을 허락 없이 공표하는 것까지 법이 보호할 수는 없다"며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블로거 들인 피고인들을 언론인으로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이번 판결은 피고인들이 블로그에 민감한 정보를 올려서가 아니라, 기업비밀 관련법을 위반했기 때문이다"고만 언급했다. 미국의 경우 수정헌법 제 1조에 따르면 전통적인 언론인은 취재원을 밝히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법원은 블로거를 언론인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사이버 공간에서의 무분별한 악성 루머에 대처하기 위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사이버 폭력, 정보지 폭력 대책반을 구성했다. 검찰, 경찰, 문화관광부, 정보통신부, 국가정보원 등 관계기관이 모두 참여하는 대대적인 기구다. 그러나 정보통신(IT) 강국답게 사이버 공간에서 빚어지는 부작용 또한 정부가 통제하기에는 벅찰 정도로 심각하다. IT 강국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로 보기엔 사이버 테러가 무섭고도 엄청난 세상에서 우리는 숨쉬고 있는 것이다.


입력시간 : 2005-04-2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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