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두뇌'를 움직이는 코메리칸

[피플] 김종훈 벨 연구소 소장
'미국의 두뇌'를 움직이는 코메리칸

미국의 네트워크 장비업체 루슨트 테크놀리지스 광네트워킹부분의 김종훈(45) 사장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기관인 벨연구소를 지휘하게 됐다. 김 사장은 지난 1998년 5월 초고속교환기(ATM) 통신 시스템을 개발한 벤처기업 유리시스템즈를 루슨트에 10억달러(1조원)에 매각,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인물이다.

2001년 미국 프로농구팀인 워싱턴 위저즈의 공동구단주가 돼 또 다시 주목을 받았던 김 사장은 2002년 메릴랜드 공대 전자공학과 교수로 자리를 옮겨 강단에서 일해왔다. 지난해에는 스탠퍼드 대학에 한국학 석좌교수기금 200만달러를 쾌척해 사회과학 부문의 한국학 석좌교수직 개설을 돕기도 했다.

‘세븐일레븐에서 야간근무를 했던 고학생의 기업가 정신이 마침내 실현되다.’ 1998년 1월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가 1면 박스기사를 통해 보도한 것처럼 김 사장의 삶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중학 2학년 때인 지난 1975년 부친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간 코리안 아메리칸이다. 고교시절에는 공부에 매달리면서도 경제적 독립을 함께 해결해야 할 형편이었다. ‘주독야경’으로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편의점에서 풀타임으로 일했다. 그런 뚝심으로 그는 명문 존스홉킨스 대학에 장학생으로 입학, 5년만에 응용물리학 석사 과정까지 끝내게 된다.

다시 메릴랜드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따낸 김 사장이 유리시스템즈를 설립한 것은 지난 1992년. 집을 저당 잡히고 신용카드 대출까지 받아 마련한 창업자금은 고작 40만달러에 불과했던 그는 5년만에 기업 공개를 통해 2,000만달러 이상의 돈을 번다는 목표를 세운다. 그리고 정확히 5년 뒤 기업공개를 통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킬 정도로 회사를 키운다. 다시 8년 뒤 ‘미국의 자존심’이라 할 벨연구소의 사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80년을 자랑하는 벨 연구소 역사상 한국인으로는 처음이다.

벨연구소는 노벨상 수상자 11명을 배출한 세계적인 IT전문 연구소다. 전화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이름을 따 1925년에 설립돼 해마다 매출액의 12%를 연구개발 부문에 투자하고 있다.

정민승기자


입력시간 : 2005-04-28 15:55


정민승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