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외국 자본 단상


“그들은 철저히 수익 지향적(profit-biased)인 사람들입니다. 한국에 들어온 이상 빨리 돈 벌어서 돌아가는 게 최대의 목표죠. 이런 사람들에게 한국 경제가 잘 되고 못 되고는 애당초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외국계 펀드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투기 자본의 속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실이 그랬다. 많은 국민들은 IMF 위기가 극복된 얼마 후부터 입이 떡 벌어지는 장면을 잇달아 목격했다. 정체 모를 외국 자본의 규모에 놀랐고, 우리 기업과 금융기관이 이렇게 싸구려였는가 하는 느낌에 허탈했고, 마지막으로 ‘그들’이 눈깜짝할 사이 불려서 챙겨가는 천문학적 수익에 충격 받았다.

IMF라는 전대미문의 사태 앞에 넋 잃은 대다수 한국 사람들은 외국 자본을 구원군이라 굳게 믿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한 국민들도 적지 않았을 게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들은 두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한 얼굴은 우리가 그토록 원했던 ‘달러’였고, 다른 얼굴은 오늘의 세계를 지배하는 ‘자본’이었다.

자본의 속성이 무엇인가, 깨달았을 때는 이미 만시지탄(晩時之歎)이었다. 그럼에도 반성하고 고칠 것은 많다. 우리 정부가 투기 자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로 나선 까닭이다.

국세청이 돌격대 역할을 맡았다. 한상률 조사국장은 아주 이례적으로 출입 기자단에게 세무조사 배경을 설명했다. 예상치 못한 파문을 경계함이다. 이후 그는 아주 바빠졌다. 하루 10차례나 전화해도 그 때마다 보고 받거나 회의 중이다. 국제조세 전문가로 평가 받는 그조차도 이번 싸움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세청의 과세 근거가 허술하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실무자들의 마음은 더욱 복잡하다. 그러나 칼을 뽑은 이상 무엇인가를 내놓아야 한다. 무조건적인 외국 자본 배척이 아니다. ‘못된 자본’은 가려내야 한다는 것으로, 이를 위해서는 세금이 하나의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국민들은 믿고 있다. 결국 과세 정의가 살아있음을 재차 확인하고 싶은 소박한 바람이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5-04-28 15:56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