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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명성황후 시해범 후손 가와노 다쓰미, 이에이리 게이코 씨
"조상의 만행 사죄…일본 황실 사과해야"



명성황후 시해범의 후손들이 사건 110년 만에 조상의 만행을 사죄하기 위해 9일 방한했다.

이들 후손들은 1895년 10월 8일 새벽 경복궁에 난입해 명성황후를 시해한 일본 낭인(浪人) 중 주동급인 구니토모 시게아키(國友重章)의 외손자 가와노 다쓰미(河野龍巳ㆍ84) 씨와 이에이리 가키쓰(家入嘉吉)의 손자 며느리 이에이리 게이코(家入惠子ㆍ77) 씨.

10일 시해범 후손들은 고종 황제와 명성황후가 묻힌 경기도 남양주 홍릉을 찾아 사죄의 절을 올렸다. 또 11일에는 명성황후가 시해된 경복궁 건청궁 옥호루를 찾아 머리를 숙였다.

이 자리에는 지난해 일본 구마모토 현 출신의 전직 교사 20여명이 결성한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 회원 10명도 참석했다. 이 모임은 시해 사건에 연루된 대부분의 낭인들이 구마모토 출신이었던 점을 반성하는 뜻에서 시작됐다.

이들이 홍릉을 찾았을 땐 마침 영친왕(고종의 여섯째 아들)의 기일을 맞아 홍릉 인근 영원에 제를 올리려 들른 명성황후 증손자 이충길(67ㆍ미국 거주) 씨와 우연히 만났다. 가와노와 이에이리 씨가 사죄의 말을 전하자 이 씨는 “사과를 받고 안 받고는 내가 할 일이 아니다”며 “일본 정부 차원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가와노 씨는 “일본 황실이 사과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 구마모토 현에서 개업의로 활동하고 있는 가와노 씨는 “어릴 적 향 주머니를 갖고 놀았는데 나중에 그것이 외할아버지가 황후 시해 장소에서 가져온 물건이란 걸 알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국의 황비를 그렇게 살해한 일은 무조건 잘못된 일이며, 한국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고 사죄했다.

가와노 씨는 그의 집안은 시해 사건 충격으로 사람을 죽이는 정치인 대신 사람을 살리는 의사가 되라는 외할머니와 어머니의 뜻에 따라 대대로 의사를 배출하는 집안이 됐다고 한다. 이들은 3박 4일 짧은 일정을 마치고 12일 출국했다.

이들의 방한은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다큐멘터리로 제작 중인 정수웅(62ㆍ다큐서울 대표) 씨의 1년여 간의 주선 노력 끝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조신 차장 shincho@hk.co.kr  


입력시간 : 2005-05-1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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