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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칼럼] 종교간의 아름다운 화합


지난 15일은 불기 2549년 부처님오신날이었다. 전국에서는 다채로운 봉축행사가 열려 석가모니 탄생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런데 이날 특히 눈길을 끄는 행사가 하나 있었다.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열린 자선 음악회에 김수환 추기경이 참석한 것이다.

가톨릭교계 최고 지도자가 부처님오신날 사찰을 찾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김 추기경은 법정(전 길상사 회주) 스님 등 불교계 인사ㆍ신도들과 어울려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수녀 20여명도 함께 해 자리를 빛냈다. 종교간의 화합과 상생을 드높이는, 아름답고 흐뭇한 모습이었다. 김 추기경은 1997년 12월 요정 대원각에서 탈바꿈한 길상사 개원 법회에도 참석해 주목을 받은바 있다.

최근 들어 종교 사이의 벽을 허물고 교류를 확대하려는 노력들이 확산되고 있다. 부처님오신날과 성탄절이 다가오면 불교계와 기독교계가 서로 축하 메시지를 주고 받는 것이 대표적이다. 배타성이 심했던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하던 일이지만 지금은 아주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작년 성탄절에도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은 축하 메시지를 발표했다. 법장 스님은 이 메시지에서 “헐벗고 가난한 사람들이 없는 세상, 억울하게 고통 받는 사람들이 없는 세상, 살아 있는 목숨이 존중되는 세상, 그런 세상이 되어 삼라만상의 모든 생명이 환하게 웃을 때 예수님과 부처님 두 성인은 손 잡고 웃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마지막 부분 ‘예수님과 부처님 두 성인은 손 잡고 웃으실 것’이란 표현은 매우 의미심장한 것으로 읽힌다. 두 종교가 서로를 인정하고 평화와 웃음을 공유한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번 부처님오신날에는 가톨릭과 개신교에서 축하메시지를 발표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교회 일치와 종교간 대화 위원장인 김희중 주교는 “종교인들이 각자 믿는 가르침에 따라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며 모두 성실히 생활할 때 자비와 사랑의 문화는 지구촌에 더욱 확산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총무 백도웅 목사도 “부처님의 자비와 예수님의 사랑을 삶 속에서 실천함으로써 가난과 전쟁의 위협, 생태파괴와 폭력을 극복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말했다. 두 메시지 모두 서로의 종교 영역을 인정하면서 각자의 믿음에 따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사회적 주요 이슈에 대해 종파를 초월한 공동 대처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민주화 운동에서부터 환경, 사회, 국제 문제에 이르기까지 각 종단이 한 목소리로 진단을 하고 개선책을 촉구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지난해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가 늘어나는 자살·낙태 예방 등을 위해 생명존중운동을 펴기로 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KCRP는 천주교·개신교·불교·원불교·천도교·유교·한국민족종교협의회 등 7개 종단이 참가하는 연합기구로 1986년 출범했다. 이 밖에 미술전 공동 개최 등 문화 분야에서도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의 손잡기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종교란 기본적으로 영혼의 구제를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은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산의 정상은 하나지만 그곳으로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인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내가 믿는 종교와 다르다고 해서 배척할 것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하고 따뜻하게 포용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그래야만이 갈등과 대립을 치유하고 사랑과 자비, 평화를 세상 널리 퍼뜨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 추기경은 지난해 불교계에서 주최한 한 행사에 참석, 강연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신만의 진리와 믿음만이 유일하다고 믿으며, 근본주의적 독선에 사로잡혀 다른 소리에 귀를 닫아 버린다면 그 진리와 믿음은 인간을 억압하는 이데올로기로 변질되고 만다. 가뜩이나 찢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계층과 이념과 세대를 초월해 모든 사람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고 그들을 위해 봉사하는 게 종교인의 사회적 역할이다.”

가슴에 새겨 둘만한 지적이다. 종교계의 아름다운 화합이 갈등으로 점철된 국내 정치권은 물론 세계 분쟁 지역에도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보내며 갖게된 조그마한 소회다.


김양배 부국장 주간한국부장 겸 미주부장 ybkim@hk.co.kr


입력시간 : 2005-05-2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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