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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컴과 현대사회] 방송시장


이달 초 DMB의 출범을 계기로 이제는 온 나라가 방송의 열풍에 휩싸인 분위기다. 방송기업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일반 기업과 구별된다. 시장구조도 매우 독특하다. 우선 판매자 집중 (seller concentration)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인구가 많던 적던, 세계 모든 나라의 공중파 시장은 상위 4-5개사가 시청률의 대부분을 장악하는 시장집중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한마디로 똑똑한 방송사 서너 개가 전체 방송시장을 거머쥐고 있다는 얘기다.

방송사별로 두드러지는 차이점을 가져야 하는 것도 방송기업의 고민이다. 왜냐하면 방송이 제공하는 것은 일반 공산품이 아니다. 따라서 시청자 개인의 성격, 선호도, 라이프 스타일 등등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제품차별화가 방송기업으로서는 무척 중요하다.

미국의 경우, CBS는 시사물에 단연 강점을 지니고 있고, NBC 는 토크쇼와 가족물에 앞선다. 우리에게도 낯익은 ‘초원의 작은 집 (A little house on the prairie)’이나 ‘코스비 쇼’는 NBC의 간판 프로그램이다. 이에 반해 ABC는 젊은 층을 겨냥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서바이벌’이나 ‘먼데이 나이트 풋볼’ 등은 ABC가 젊은 층을 겨냥해 제작, 성공한 경우다. 뒤늦게 공중파 시장에 뛰어든 Fox 의 경우 선정적이고 도발적인 프로그램, 예를 들면 ‘누가 백만장자와 결혼하냐?’ 등을 내세워 이른바 유피족을 겨냥하고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에 대한 선택권 (choice) 은 많으나 서로 베끼고 베끼는 바람에 다양성 (variety, diversity) 은 없는 게 방송이다. 나라를 막론하고 비본질적인 다양화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이내스티’는 ‘댈러스’ 의 리메이크 버전이고, 우리나라의 경우도 ‘VJ 특공대’가 성공하면서 비슷한 ‘VJ…’가 등장한다. 어느 특정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 곧바로 비슷한 포맷의 방송을 내보낸다. 마치 대쉬 보드와 외장만 바꾼 자동차를 새 모델인 것처럼 선전하는 경우와 같은 이치다.

구매자 집중현상도 방송사가 가지는 또 하나의 특징이다. 가장 인기 있는 방송사나 프로그램에 광고주들이 몰린다. 그래서 인기 프로그램에는 대형 광고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지만 시사물이나 교양 다큐멘터리에는 광고주들이 외면한다. 그래서 인기 프로그램에 광고를 주면서 비인기 프로그램에 광고를 강매하는 이른바 패키지 광고판매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게 방송시장이다.

방송사의 고민도 크다.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든다. 디지탈시대에 걸맞게 언제나 최고, 최신의 장비로 무장해야 한다. 기술혁신 (innovation) 이 끊임없이 이뤄져야 살아 남는 곳이 방송시장이다. 당연히 최고의 장비(state-of-the-art) 가 필요하다. 규모의 경제학(economy of scale) 이 발생한다. 드라마를 재방하면 할수록 비용은 낮아진다.

주말 오후 재방이 많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방송사업은 매력적이다. 1980년대 이후 지난 20년간 방송업계는 이른바 고도성장시대 (go-go decade) 였다. 지금은 그때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당분간은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방송산업은 기본적으로 더티 게임이 판치는 곳이다. 대형 방송사들이 경쟁사의 유능한 (hot shot) 진행자를 뒷거래로 스카웃해 김을 빼고, 좋은 프로그램 있으면 재빨리 베끼고, 그래서 오히려 음모와 술수 (the grapevine)가 환영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선의경쟁을 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업계를 A 학점이라고 한다면 방송업계는 D, F 학점이 넘치는,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가 선망하는 미디어 시장이다.


김동률 연세대 언론연구소, 매체경역학 박사 yule21@empal.com


입력시간 : 2005-05-2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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