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컴과 현대사회] 소리없는 위기


소리없는 위기(silent crisis) 란 말이 있다. 지금의 신문시장을 설명할 때 흔히 인용되는 말이다. TV의 등장으로 신문은 세상에서 사라질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신문은 예상과 달리, 보란 듯이 살아 남아 인간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래서 신문 산업을 두고 가장 생명력이 강한 산업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신문 산업은 이제 인터넷 시대를 맞아 살아 남느냐, 박물관으로 들어가느냐를 두고 힘에 부치는 버거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주 서울에서 열린 세계신문회의(WAN) 주제도 화려한 수식어를 빼고 나면 결국은 어떻게 하면 인터넷 시대에 살아 남느냐는 것이었다. 이번 대회의 주제인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을 위한 성공전략’ 은 2003년 제 56차 총회(아일랜드), 제 57차 총회(터키)에 이어 연속으로 다뤄지고 있다. 그만큼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신문 산업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사람들이 생각하고, 먹고, 입고, 일하고 노는 방식, 이른바 라이프 스타일이 달라진 것도 신문 산업에는 큰 영향을 미친다. 세상살이가 고달프다 보니 심각한 뉴스 분석과 코멘트가 담긴 신문보다는 재미난 시트콤과 코미디를 선호한다. 뉴스에 관심있는 사람들도 이제는 신문보다 좀더 업데이트된 TV 뉴스를 좋아한다.

신문 산업의 경제적인 측면도 한몫 했다. 고학력 사람을 많이 쓰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에 광고수익은 상대적으로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오랫동안 신문 광고수입의 절대적인 몫을 차지하고 있던 부자 백화점들은 이제 DM(direct mail) 이나 무료광고지 전달을 선호한다.

또한 대부분 나라에서 어떤 특정입장이나 지역을 대변하게 되면 시장의 많은 지지를 얻지 못한다는 이유로 어정쩡하게 중간, 중도 입장에 머물고 있는 것도 신문의 매력을 떨어뜨린 한 가지 원인이다. 한국과는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신문은 아직은 숨을 쉬고 있고 TV의 인기에도, 인터넷 언론의 밀물 같은 공세에도 불구하고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유는 화장실이 있기 때문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신문만이 가지는 특별한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TV 매체는 단순히 무엇이 일어나고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만을 알려준다.

그러나 신문은 왜, 어떻게, 그리고 그 의미 (why & how & it’s meaning)는 무엇인지까지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이미 TV에서 방송된 이야기나 스포츠 뉴스도 단순뉴스보다는 분석과 코멘트를 독자가 원한다는 것을 신문은 눈치 빠르게 알아냈다.

그러나 이 같은 신문 산업에 대한 낙관은 말 그대로 낙관적인 전망일 따름이지 현실은 아니다. 신세대는 더 이상 신문을 읽지 않으며 광고주 또한 광고충성도가 약한 신문을 멀리하고 싶어 한다. 상품을 구매하는 결정권은 이제 그나마 신문을 좀더 읽는 남편보다는 아내가 쥐고 있고 아내는 TV 광고를 보고 쇼핑할 채비를 차린다.

신문은 지금까지 그들이 해 왔던 민주주의를 위한 전통적인 역할들이 이제는 인터넷매체로 넘어가는 것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신문기업이 인터넷 매체에 대해 적대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 필요한 이해를 제공하는 점 등에서 신문은 여전히 강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세계의 권위지들이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마차 업자들이 포드회사가 자동차를 대량 생산하지 못하게 해달라며 정부에 로비하던 시도나 생각을 신문이 해서는 곤란하다. 인터넷 매체 등 경쟁매체와 배타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보다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동률 연세대 언론연구소, 매체경영학 박사


입력시간 : 2005-06-07 18:47


김동률 연세대 언론연구소, 매체경영학 박사 yule21@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