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칼럼] 줄기세포의 빛과 그림자


인간 배아 줄기세포 연구로 세계적 인물이 된 황우석 교수의 마음이 요즘 썩 편할 것 같지 않다. 천주교를 비롯한 일부 종교계와 시민 단체에서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생명윤리에 위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천주교의 반대 목소리가 높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한국 주교회의에 이어 정진석 대주교까지 배아 줄기세포 연구의 중단을 요구했다.

정 대주교는 11일 성명서를 통해 “인간배아 파괴를 전제로 하는 일종의 살인과도 같은 행위”라며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비판했다. 또 복제 인간의 출현 가능성에 대한 깊은 우려도 표시했다. ‘살인’이라는 섬뜩한 용어까지 동원했으니 비판의 강도가 얼마나 센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성체 줄기세포 연구다. 성체 줄기세포는 구체적 장기세포로 분화되기 직전의 원시세포로, 사람의 골수나 탯줄혈액 등에서 채취할 수 있다. 윤리적으로나 임상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계속되는 반대 입장 표명에 신경이 쓰인 듯 황 교수는 “필요할 경우 천주교 지도자를 만나 이해를 구하겠다”며 대화를 제의했다. 이에 정 대주교도 호응, 15일 서울대교구에서 회동이 이루어졌다.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진행된 이날 만남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뜻을 피력했으나 근본적인 인식차는 좁히지 못했다.

가장 의견이 대립되는 부분은 생명에 대한 정의다. 황 교수는 체세포 복제를 이용해 탄생한 배아 줄기세포는 생명이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천주교는 이것도 자궁에 착상하면 인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생명이라는 주장이다. 복제 인간 가능성에 대해서도 황 교수는 복제한 배아의 경우 대리모에 착상 가능성이 없어 생명으로 발전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천주교에선 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궁극적으로 복제 인간의 출현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한다.

결국 이 같은 논란은 난치병 치료 우선이냐, 인간 존엄성 보호 우선이냐는 문제로 귀결된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버릴 수 없는 중요한 가치다. 난치병 치료도 하고 인간의 존엄성도 보호하는 게 최선이라는 얘기다. 이를 위해 천주교가 내놓은 게 바로 성체 줄기세포 연구다. 그러나 성체 줄기세포는 증식력이 떨어지고 특정 조직으로만 전환되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황 교수는 배아 줄기세포와 성체 줄기세포를 같이 연구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이 두 줄기세포는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두 가지 모두 아직 난치병 치료를 위한 구체적 성과가 안 나온 상태이므로 연구를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결실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타협안으로 논란이 수그러들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생명의 존엄성 침해와 인간 복제, 난자 밀매 가능성 등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없는 한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예방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도 세밀한 장치와 제도부터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를 통제할 수 있는 국민적 공감대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이 종교계 등의 부정적 입장도 유연해져 줄기세포 연구를 촉진함으로써 난치병 치료 실용화에 속도를 붙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세계에는 척추 마비, 심장병, 당뇨병 등 온갖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헤아릴 수없이 많다. 이들은 하나같이 황 교수의 배아 줄기세포 연구가 하루속히 결실을 맺기를 바라고 있다. 그만큼 연구자들의 어깨가 무겁다. 그러나 신기술의 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종교계 등에서 우려하듯 예상치 못한 후유증으로 혼란을 부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배아 줄기세포 연구가 지니고 있는 빛과 그림자의 양면성이다. 전기, 가스, 원자력, 다이너마이트처럼 잘 쓰면 약이 되고 못 쓰면 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줄기세포 연구 성과가 가져올 경제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일단 실용화가 되면 천문학적인 수익이 예상된다. 미래 국가 성장 동력으로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학계, 업계, 종교계 등이 힘을 합쳐 좀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줄기세포 정책을 세워야 하는 이유다.


김양배 부국장 주간한국부장 겸 미주부장


입력시간 : 2005-06-22 14:45


김양배 부국장 주간한국부장 겸 미주부장 yb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