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베트남발 김우중 태풍?


마침내 베트남발(發) 초강력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했다. 현재로서는 풍속과 반경은 물론 진로도 예측 불가능이다. 어떤 흔적을 남길지도 미지수다. 그렇기에 국민들의 촉각은 더욱 더 태풍을 향해 곤두세워질 수밖에 없다. 사전 정보는 좀 있었다. 간간이 들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엄청난 파괴력을 지녔다고 했다. 태풍의 이름은 바로 ‘김우중’.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귀국은 예상대로 상당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정치권, 재계, 학계, 시민사회 등 거의 모든 영역이 영향권이다. 검찰의 향후 수사 방향도 초미의 관심사지만 잊혀져 가던 대우 신화도 다시 논쟁과 평가의 대상으로 살아 돌아왔다.

그의 귀국 즈음에 가장 뜨거운 화제는 단연 ‘김우중 리스트’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이 “잠 못 이룰 사람 많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흥행력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리스트가 실재한다면 아마도 여의도 사람들이 명단에 많이 올라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전에도 그의 귀국설이 흘러나올 때마다 ‘김우중 리스트’는 어김없이 동반 출연했다. 이제 설(說)은 사실이 됐고, 리스트의 실존 여부 확인만 남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전 회장의 귀국에 대해 아주 정치적인 설명을 곁들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현 권력층과 그가 리스트의 효용성을 놓고 협상 내지는 거래를 벌인 게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권력은 여야 정치권을 주무를 수 있는 다목적 카드로, 김 전 회장은 명예 회복과 재평가를 얻어내는 가장 확실한 히든 카드로 리스트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풀이다. 과거 우리의 정치 풍토에 비춰 보면 매우 그럴 듯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김우중 리스트’란 것이 없었으면 하는 게 보통 국민들의 솔직한 바람이다. 김 전 회장이 이룩했던 세계경영 신화는 젊은이들에게 하나의 비전이자 꿈이지 않았던가. 그런데 부실과 분식, 사기라는 혐의에 더해 뒷거래라는 구악마저 덧붙여진다면…. 국민의 상심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제발 기우에 그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턱대고 덮자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5-06-23 15:19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