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놀 물이 아니었어요"

[피플] 민노당 최연소 대의원 이계덕 군 탈당
"내가 놀 물이 아니었어요"

1970년대 이후 공당(公黨) 사상 최초의 미성년자 대의원이 지난 2월 탄생했다. 고교 3학년 신분으로 민주노동당 대의원에 출마했던 이계덕(18) 군이 주인공이었다.

이 군에게는 민노당 최연소 대의원이라는 타이틀도 동시에 붙었다. 일각에서는 그를 가리켜 ‘청소년 정치인’이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렇게 어른들의 주목을 받던 이 군이 6월 15일 돌연 대의원직을 사퇴하고 민노당마저 탈당해 다시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가 이런 결심을 한 것은 대체로 두 가지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다.

우선 유력 청소년 단체들 간의 갈등과 알력에 대해 선배로서 조언을 했다가 오히려 변절자니 철새니 하는 말로 정치적인 따돌림을 받은 게 적잖이 작용했다. 다음으로는 민노당 청소년위원회에서 청소년 당원들의 활동이 제약을 받고 있어 당초 품었던 뜻을 펼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 군은 한 정당의 어엿한 대의원 직함을 지녔지만 스스로는 정치인을 꿈꾸지 않았다고 ‘인터넷 마당 대자보’에 올린 탈당의 변에서 밝혔다. 단지 정치 참여를 통해 여러 가지 청소년 문제들이 해결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은 순수한 마음이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한 쪽에서는 순수성을 의심받고 또 다른 쪽에서는 아이 취급받는 상황을 견딜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상처를 입고 ‘정치판’을 떠나지만 “민노당에 대한 지지에 변함이 없다”며 의연함을 보였다. 민노당의 부족한 재정을 걱정해 후원회원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또 청소년위원회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민노당 위원회들과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청소년 활동가로서의 이 군의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 군은 올 2월 고교를 졸업한 뒤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이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5-06-30 19:27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