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하천이 던지는 희망의 메시지


“우리들 어린시절처럼 멱감고 놀 수 있는 하천으로 살리는 게 목표입니다.”

회복 불능이라 여겼던 도시하천에 생명의 물이 흐르자 환경운동가는 물론 지자체 관계자들도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이름 모를 풀들과 물고기, 철새를 발견하곤 마치 죽었던 자식이 살아온 듯 반긴다. 당연히 지역 주민들의 칭찬도 이어진다.

게다가 다시 살아난 도시하천 덕에 부동산 값까지 들썩이게 됐다. 생태 하천이 ‘웰빙 공간’이란 인식 때문이다. 자연히 다른 지역보다 더 멋진 도시하천 가꾸기에 대한 아이디어도 넘쳐 난다. 예기치 않은 하천 가꾸기 경쟁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들도 도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투자라며 칭찬 받을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나무를 심고 자연석을 갖다 놓고 곳곳에 조경 사업을 벌이고 있다. 고비용 하천 정비인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우리의 하천 살리기가 이웃 일본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일본은 초기의 하천 복원 성공에 고무돼 한때 과다한 조경과 자연 생태계에 거스르는 외래식물을 심어 부작용을 겪고 있다. 일본은 2002년부터 하천 살리기 정책을 특정 하천별 환경 가꾸기에서 자연적인 광역 생태 네트워크 구축으로 전환했다. 천문학적 돈이 들어간 뒤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 복원의 중요성을 깨닫는 데 비싼 대가를 치른 셈이다.

이런 점에서 안양천 살리기 민ㆍ관 네트워크의 성공 스토리는 모범적이다. 이 네트워크의 모토는 ‘하천은 하나다’이다. 자기 동네 하천만 멋지게 가꾸고 관리한다고 해서 하천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공감한 것이다. 중앙정부와 13개 지자체, 21개 환경단체가 수평적 협력으로 안양천 살리기에 나섰고 하천 조경보다 수질과 수량 확보에 중점적으로 매달렸다. 그 결과 하천 오염의 대명사였던 안양천 수계 전체가 기적같이 살아나고 있다. 안양천의 경우에서 우리는 민과 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수평적으로 협력하는 ‘거버넌스(Governance)’라는 생소한 개념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안양천은 또 자연의 놀라운 복원력을 배우게 한다. 파괴된 하천이라도 인위적 준설을 중단하고 깨끗한 물만 흐르게 하면 한차례 장마 이후엔 스스로 살아나더라는 경험이다. 자연이 우리에게 던지는 희망의 메시지이다.


조신 차장


입력시간 : 2005-06-30 19:35


조신 차장 shin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