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칼럼] 이상한 재산세


‘서울 강남 40평형 아파트는 재산세가 5만원밖에 안 올랐는데, 강북 25평형은 12만원이나 올랐다.’ ‘경기 성남 분당 아파트 재산세가 인접한 광주의 같은 평형대 아파트보다 최고 10여만 원이나 적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 방지를 위해 보유세제를 개편한 후 이달 처음으로 부과된 재산세를 두고 말들이 많다. 한 마디로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가격이 높은 아파트일수록 많은 세금을 물리겠다고 제도를 고쳤는데, 실제로 발부된 고지서엔 정반대로 나왔으니 말이다.

강남과 분당이 어떤 곳인가. 정부의 잇단 규제책에도 아랑곳없이 자고 나면 아파트 가격이 뛰어 올라 한 달에 수억 원까지 무섭게 치솟던 곳이 아닌가. 그런 강남과 분당의 아파트 세금이 가격이 덜 오른 인접 지역의 동일 평형대 아파트보다 훨씬 적다니 서민들의 입장에선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일 것이다.

서울의 경우 30~50 평형 아파트의 재산세 인상률은 평균 40%로, 50평형 이상 대형 아파트의 평균 10%보다 무려 4배나 높게 나타났다.

값비싼 고급 대형 아파트에 대한 보유세를 강화해 투기 불길을 잡고 조세 형평성을 기하겠다는 정부의 의도와는 거꾸로 가도 한참 거꾸로 간 셈이다. 물론 기준시가 9억원이 넘는 대형 아파트의 경우 12월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부과되면 이런 역전 현상은 시정되겠지만 9억원 미만의 대형 아파트는 종부세 대상이 안 돼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정부ㆍ여당을 비롯한 정치권의 조세 저항에 대한 우려감 때문이다. 아무리 투기를 잡고 경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세금을 올린다 해도 너무 많이 올리면 부동산 소유자들의 반발이 커질 것을 걱정해 세부담 강화를 당초안보다 후퇴시킨 것이다. 대형 아파트의 경우 기준시가에 대한 시가 반영 비율을 80%로 낮춘 것이나, 종부세 대상 기준시가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인 것이 대표적이다.

두 번째는 세금 제도의 허점이다. 재산세는 지방세로 각 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이번에도 주민 부담 정도나 재정 상황 등을 감안해 자치단체별로 조정을 했다. 세액을 그대로 부과한 곳이 있는가 하면 최고 50%까지 삭감해 준 곳도 있다. 그러다 보니 아파트 시세와는 상관없이 세부담이 지자체별로 들쭉날쭉해졌다. 이는 결국 또 다른 조세 불균형을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정부는 이제까지의 부동산 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마침내 비장한 각오로 강력한 칼을 꺼내 들 태세다. 8월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종부세 부과 기준을 현행 국세청 기준시가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또 현재 50%인 종부세 상한을 폐지하거나 100~200%로 상향 조정할 것을 추진중이다. 일단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판단된다. 처음부터 그렇게 했으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번엔 제대로 한 번 하는 것인지 주목된다.

그런데 이와 함께 반드시 검토해 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재산세에 대한 지자체의 조정 권한의 범위다. 국세인 종부세 도입으로 지자체가 관할하는 부동산 관련 세금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앞서 지적한 대로 재산세 조정의 편차가 심할 경우 전국을 대상으로 한 정책 목표 실현의 효용성이 훼손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합리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부동산 투기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강남 불패(不敗)라지만 그에 관한 한 대통령도 불패가 될 것”이라든가 “부동산 폭등은 서민의 적”, “투기와의 전쟁”이라는 말을 잇달아 쏟아냈다.

이 같은 신념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좀더 세밀한 세금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럴듯하게 보이는 제도가 현실에서는 엉뚱한 방향으로 집행되면 정부ㆍ여당에 대한 신뢰는 무너지게 되고, 시장은 더욱 혼란스러워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동산 부자들은 이제 세금 내는 것에 대한 피해 의식에서 벗어나 낼 것은 떳떳이 낸다는 마음자세를 가질 때 좀더 정의롭고 따뜻한 나라가 될 것이다.


김양배 부국장 주간한국부장 겸 미주부장


입력시간 : 2005-07-20 17:32


김양배 부국장 주간한국부장 겸 미주부장 yb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