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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접으며] 명예 못따르는 학술원 예우


“월 120만원 수당이 전부입니다. 드러내 놓고 말하기 좀 그렇지만, 연금 혜택도 못 받는 나이 드신 회원들은 최소한의 품위 유지조차 힘듭니다.” 나이 들어 직장을 은퇴한 우리사회의 평범한 노인의 푸념이 아니다. 다름아닌 한 나라의 석학이라 불리는 학술원 회원의 고백이다.

우리나라 학문의 최고 권위를 상징하는 대한민국학술원. 1954년에 창립한 이래 올해로 51살이 됐다. 반세기를 넘긴 세월이다. 학문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꿈꾸는 학자로서의 마지막 칭호가 학술원 회원이다. 그러나 학술원의 속을 들려다 보면 화려한 은발의 학자로서의 삶을 기대한 일반의 생각과는 영 딴판이다. 명예만 주어졌지 예우가 뒤따르지 않는 것이다.

창립 당시 당대의 석학 50명으로 시작한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은 현재 146명(정원 150명)이다. 이 중 70살 이하가 24명이고 90살 이상이 10명이다. 고령일지라도 회원들은 여전히 학문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회원들이 소위 돈 나오는 직장에서 은퇴한지 오래다. 게다가 일부 회원은 연금 혜택도 못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학술원 한 해 예산은 모두 합쳐 40억원이 안 된다. 별도의 지원을 생각할 수 없는 실정인 것이다. 특히 학술진흥재단의 1년 치 예산이 3,000억원이 넘는 것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게다가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은 모두 비상근이다. 학술원 회장(김태길ㆍ철학)도 학술원 건물에 자기 집무실이 없는 셈이다. 유급 비서, 전용차도 물론 없다. 평생을 학문을 했고 그 공적을 인정 받아 학술원 회원이란 명예스러운 칭호를 받았지만 정작 국가의 대접은 기대 이하인 것이다. 외국의 사례와 비교할 것도 없이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다. 학술원 회관도 셋방살이를 벗어난 지 채 10년이 안 된다. 그나마 현재 국립중앙도서관 뒷편에 자리한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학술원 건물도 예술원과 나눠 쓰고 있다.

우리는 그 동안 기적이라 불릴 만큼 놀라운 경제발전을 이룩했다고 자랑한다. 먹고 사는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한 셈이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의 학문적 바탕을 닦은 석학들이 모인 학술원에 대한 대접은 여전히 개발시대에 머물러 있다. 학술원에 대한 홀대는 결국 압축 성장의 그늘아래 제자리 걸음만을 하고 있는 우리사회의 얄팍한 정신문화의 단면 같은 느낌이다.


조신 차장 shincho@hk.co.kr  


입력시간 : 2005-07-2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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