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김종화의 대사증후군 바로알기] 위험한 고혈당


지금까지는 대사증후군의 첫 번째 위험 요소인 복부비만과 그로 인해 유발되는 다양한 위험 증상, 복부비만을 해결할 수 있는 생활습관 교정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복부비만으로 인해 유발되는 공복혈당장애와 내당능장애, 즉 당뇨전단계에 대해 알아본다.

당뇨병 학회에 따르면, 한국인 당뇨병의 공복 혈당치는 110mg/㎗이 기준으로, 이를 넘으면 ‘당뇨병 위험이 있는 사람’으로 분류한다. 세계보건기구 기준인 126보다 낮은 수치인데, 이는 한국인의 경우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므로 공복혈당이 높지 않으면서도 당뇨 유병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식사 전 혈당이 100~125면 공복혈당장애, 식후 2시간 이후 혈당이 140~199면 내당능장애라고 하는데 두 가지 모두 향후 당뇨병으로 발전할 위험이 큰 ‘숨은 당뇨’다. 실제로 53세의 한 남자가 1년 전 정기검진에서 혈당이 약간 높다는 충고를 받았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당뇨병을 앓던 동생이 심근경색으로 입원 후 걱정이 되어 최근에 다시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이 남자는 공복혈당 140mg/㎗, 식후 2시간 혈당이 220mg/㎗로 정상기준을 넘어 당뇨병으로 진행돼 있었다.

대사증후군을 사과나무에 비유해 설명한 바 있다. 각각의 사과는 내당능장애와 동맥경화, 고혈압, 심장병, 뇌졸중 등 개별 질환을 나타내며 이 질환의 뿌리, 즉 근본 원인은 ‘인슐린저항성’이라는 내용이다. 인슐린은 세포의 영양소인 혈액 내 포도당을 몸 구석구석에 전달, 혈당을 조절해주는 호르몬이다. 이 인슐린이 복부비만 등의 원인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 인슐린 저항성이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인슐린이 충분히 나와도 포도당은 세포로 들어가지 못하고 피 속에 그대로 남아있게 돼 혈당치가 높아진다. 혈액 내 포도당이 높아지면 우리 몸은 인슐린이 부족하다고 판단, 계속해서 인슐린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몸도 인슐린을 계속해서 만들어낼 수는 없어 더 이상 생산할 수 없는 상태가 오면 당뇨병이 발생하게 된다. 게다가 이미 엄청나게 만들어 낸 인슐린이 혈액 내에 그대로 있어 ‘고 인슐린혈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인슐린은 세포가 자라고 커지게 하는 작용도 있다. 때문에 당뇨병과 함께 고 인슐린혈증이 유발되면 혈관벽이 두꺼워져 고혈압이 오게 된다. 지방 분해를 촉진하기도 하는데, 분해 된 지방은 피 속으로 흘러 들어가 고지혈증을 유발하며 일부는 내장으로 저장돼 더욱 심한 복부비만을 부른다.

또 혈액 내에 그대로 남아있는 포도당이 혈액을 끈적끈적하게 해 혈액순환을 어렵게 만들며 몸 전체에 혈액을 전달하지 못해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처럼 당뇨 전단계의 높은 혈당은 당뇨병 뿐 아니라 고혈압, 복부비만, 고지혈증 등을 복합적으로 유발, 대사증후군을 일으키며 나아가 심장병,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을 높인다.

공복혈당장애나 내당능장애를 갖고 있는 환자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약 40~60%. 당뇨병으로 발전한다면 유병률은 80% 이상으로 높아진다. 일단 당뇨병으로 이환되면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가 필요해 미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당뇨병이나 내당능장애 환자 절반정도가 자신의 병을 알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일반적으로 당뇨병이 생기기 전 10~20년 동안 인슐린 저항성 상태가 나타나므로 이 시기부터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당뇨병 발생을 막는 최선의 예방법이다. 특히 고혈당의 일반적인 증상인 다음(多飮ㆍ많이 마심), 다뇨(多尿ㆍ잦은 소변), 다식(多食ㆍ많이 먹음) 증세가 보인다면 혈당 검사가 필수적이다. 다음 편에는 고혈당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과 이를 막기 위한 생활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김종화 세종병원 내분비내과 과장

입력시간 : 2005-08-12 15:17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