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 이브라힘 페레 타계

[피플] '쿠바음악의 별' 지다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 이브라힘 페레 타계

“내 뜰에는 꽃들이 잠들어있네. 글라디올러스 장미와 흰 백합 그리고 깊은 슬픔에 잠긴 내 영혼. 내 슬픔을 알게 되면 꽃들도 울테니까 깨우지마라. 모두 잠들었으니…”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에서 이브라힘 페레가 우수에 가득 찬 표정으로 부르던 노래 ‘Silencio’다.

감미로운 기타연주와 환상의 목소리로 전세계 음악 팬들의 감성을 자극하던 쿠바 재즈 그룹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리드싱어 이브라힘 페레가 마치 노래 제목처럼 조용히, 그러나 큰 음악적 족적을 남기고 6일 향년 78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1927년 쿠바 동부 산티아고에서 태어난 그는 1941년 가수로 데뷔, 애수의 목소리로 ‘쿠바의 냇킹 콜’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큰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1950년대 말 쿠바혁명 이후 아바나의 뒷골목 인생으로 전락, 40여 년을 구두닦이와 술집 밤무대 가수로 연명하는 등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

1997년 미국인 기타리스트 라이 쿠더를 만나 비로소 영혼을 울리는 그 만의 음악적 세계를 꽃 피웠고 당시 만든 음반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으로 99년 그래미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동명의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공연과 음반작업에 몰두하는 등 노익장을 과시하며 진실한 삶과 굴곡의 인생을 노래했다.

2001년 우리나라를 방문, 애수와 열정으로 가득찬 감동의 무대를 선사하며 국내 팬들을 매료시키기도 했던 그는 낙천적 인생관과 뜨거운 예술혼으로 ‘쿠바의 별’로 떠오르며 삶의 막바지에 뒤늦게나마 찬란한 황금기를 누렸다.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 멤버 중 마지막 생존자였던 이브라힘 페레의 사망으로 영혼을 울리던 그들의 연주와 노래는 전세계 음악 팬들의 가슴 속에 전설로 남게 되었다.


민기홍 차장


입력시간 : 2005-08-16 16:23


민기홍 차장 khmi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