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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칼럼] 승용차 요일제의 허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승용차 요일제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승용차 요일제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중 5개 요일 중 1개의 요일을 골라 승용차 운행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서울시가 2년 전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는 정책이다. 그런데 국제 유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 치솟자 산업자원부(산자부)에서도 지난주 에너지 절약 대책의 일환으로 도입하겠다고 나섰다. 요일제에 참여하는 차량에 대해선 자동차세와 주차료ㆍ통행료 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공공부문부터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민간부문은 우선 대기업의 참여를 유도한 뒤, 전국적으로 자율적인 참여를 확대해 나갈 방침임도 밝혔다. 아직은 말 그대로 계획 단계이니 실제로 어떻게 시행될 것인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당초 서울시의 승용차 요일제는 청계천 복원 사업에 따른 청계고가도로 철거 등으로 인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교통난과 대기 오염을 조금이라도 줄여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에너지 절약이라는 목표도 있었으나 제일 염두에 둔 것은 역시 교통난 해소라고 할 수 있다. 서울이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일개 지방자치단체의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정부선 그 동안 소 닭 보듯이 하다 기름값 오름세가 심상치 않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시는 2003년부터 승용차 요일제를 실시하면서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써 왔다. 그야말로 ‘자율’인 데다가 무슨 특별한 혜택도 없으니 가입자가 늘어날 리 없었다.

혜택이라고 해 봐야 남산 터널 혼잡통행료와 공영 주차장 요금 할인 정도인데, 이를 이용하는 차량은 한정될 수 밖에 없어 참여 확대에 결정적인 역할은 하지 못했다. 사정이 이러하자 다급해진 서울시가 무리수를 쓰기 시작했다.

각 자치구를 상대로 포상금을 내걸고 가입자 확보 독려에 나선 것이다. 2,000만~3억 원의 포상금에 눈독을 들인 자치구들은 마구잡이로 가입자 유치에 나섰다. 주민 동의 없이 요일제 스티커를 붙이거나, 요일제 차량으로 등록을 하는 사태가 잇달아 벌어져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최근 자동차세 감면과 보험료 할인이라는 좀더 강도 높은 유인책을 내놓았으나 여러 가지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제동이 걸린 상태다.

가장 큰 문제는 혜택만 보고 요일제는 지키지 않는 ‘얌체족’을 어떻게 걸러내느냐 하는 것이다. 형평성의 문제도 따른다. 자동차세 감면과 보험료 할인을 특정 지역 주민들에게만 해 주는 것이 괜찮냐는 것이다.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은 질문들이다.

서울시는 요일제 위반자를 적발하기 위한 ‘전자스티커 인식 시스템(RFID)’을 구축하고 12월부터 자동차세 감면 혜택을 줄 계획이나 일정대로 될 지는 미지수다. 일종의 시민 감시 체계에 대한 인권 침해 논란 가능성도 없지 않다. 보험료 할인 문제에 대해서도 보완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나 현재로선 이것도 시행 시기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제 정부 부처인 산자부가 나섬으로써 승용차 요일제 시행은 좀더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문제들에 대한 적절한 해결 없이는 승용차 요일제는 성공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나름대로의 효과가 있는 요일제를 철회하거나 오일쇼크와 같은 비상 상황이 아닌 데도 강제력을 동원해 시행하기는 불가능하다. 결국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세금과 보험료 감면 같은 혜택에 의존하지 말고 말 그대로 완전히 시민 자율에 맡기는 것이다.

다만 최소한의 유인책이 필요하다면 현행 혼잡 통행료와 공용 주차장 요금 할인 정도만 유지하면 된다. 그래야만이 앞서 말한 얌체족의 발호를 방지하고, 불필요한 세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승용차 소유자 가운데는 요일제에 가입하지 않고도 1주일에 1번 이상 운행을 하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다.

굳이 세금 감면 공세까지 펴면서 가입자를 늘리려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대신 언론 등을 통한 꾸준한 참여 캠페인을 벌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승용차 이용 자제에 따른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유럽 수준의 대중교통망과 환승 시스템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제는 중요 정책에 대한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미끼’를 쓰는 방식은 지양할 때가 되었다. 시민의 양심과 공동체 의식 함양을 통해 성과를 얻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것이다.


김양배 부국장 주간한국부장 겸 미주부장 ybkim@hk.co.kr


입력시간 : 2005-08-2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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