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주민수가 부르는 희비의 현장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간판 기업들의 공장이 즐비한 경북 구미시는 전국 기초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수출ㆍ생산액과 주민 평균소득 등에서 최상위를 달리는 도시다. 전국 각지에서 젊은 일꾼들이 모여드는 이 곳은 또한 늘 활기가 넘친다. 현재 인구는 약 37만 명인데, 그 숫자가 매년 1만 명 가까이 증가한다.

반면 같은 경북의 지자체 가운데 영양군은 인구 2만 명에 불과해 그야말로 처량하고 황폐하기 그지 없는 형편이다. 영양군만 그런 것도 아니다. 내륙 깊숙이 자리한 다른 지자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남의 구석진 곳에 박힌 한 군의 관계자는 “1990년대에는 인구가 1년에 1만 명씩 쑥쑥 빠졌어요. 요즘은 감소 폭이 좀 줄었지만 그래도 1년에 면(대략 2,000~3,000명)이 하나씩 사라지는 셈이죠”라며 탄식한다.

이농 현상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요즘 농촌 지역 지자체들을 보면 한계 상황에 이른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젊은 사람들이 빠져나갈 만큼 빠져나간 터에 그나마 마을을 지키던 노인들마저 세상을 등지면서 사람 구경이 어렵게 된 것이다. 아이 울음소리는 아예 기대하지도 않는다.

정부도 농촌 지역 지자체들의 위기를 모르지는 않는다. 그래서 내놓은 것이 공공기관 이전이니 혁신도시 건설이니 하는 정책들이다. 인구 증가의 구심점과 경제 활동의 주춧돌을 놓아 죽어가는 지방을 살리자는 취지다. 또한 이를 통해 전 국토의 균형 발전도 모색하고자 한단다.

그런데 이 정책이 뜻하지 않게 지자체 간 분쟁이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한 차례 유치 홍역을 앓더니, 이제는 그 안의 기초자치단체끼리 아옹다옹 하고 있다. 인심 좋은 시골 촌로들끼리, 이웃 사촌 간에 멱살잡이를 하는 광경이 떠올라 영 개운치 않다.

한 번 뒤틀린 균형을 다시 바로잡기는 무척 힘들다. 자기만 잘 살고 이웃이 죽는다면 과연 살 맛이 날 것인가. 지금 전국 지자체들에게는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공조의 악수가 꼭 필요한 시점이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5-08-24 16:45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