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 연구소 김현탁 박사

[피플] 절연체에 전기…현대 물리학 신기원 열었다
한국전자통신 연구소 김현탁 박사

한국의 과학자들이 56년 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현대 물리학의 숙제를 풀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 김현탁(47) 박사 연구팀이 그 주인공이다.

김 박사팀은 1일 전류가 통하지 않는 일부 절연체(모트 절연체)에 전압을 걸면 전류가 통한다는 ‘금속-절연체 전이(MITㆍMetal Insulation Transition) 가설’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고 밝혔다.

‘모트 절연체’라는 이름은 1949년 영국 캠브리지대학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N F 모트(Mott) 교수가 금속처럼 절연체에 전기를 흘릴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워 붙여진 이름이다.

김 박사팀의 실험 성공 의미는 우선 기존 실리콘 반도체 기술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다는 데 있다.

실리콘의 한계는 반도체의 집적도가 높아져 내부 회로의 선 폭이 좁아지면 낮은 전압 탓에 신호를 실어 나르는 전자의 흐름이 통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특히 1년마다 반도체의 집적도가 2배로 높아진다는 황창규 법칙에 따르면 2010년 전에 실리콘의 물리적 한계가 온다.

김 박사팀은 실리콘 대신 MIT 현상을 일으키는 ‘모트 금속(절연체)’을 트랜지스터의 재료로 사용하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기술이 응용되면 휴대폰이나 PC, 디지털TV 등 IT제품을 보다 작고 얇게 만들 수 있는 길을 활짝 열 뿐 아니라 전력 소비도 절약할 수 있어 산업계에 일대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개가로 평가된다.

응용기술 개발에 앞으로 몇 년의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김 박사팀은 열감지 센서의 경우는 당장이라도 양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소는 본격적인 응용기술이 개발되면 1,000억 달러(100조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다고 전망했다.

‘모트 금속’의 응용시장은 신호처리(DSP)와 디스플레이, 메모리, 광소자, 전지 등 전자소자 모든 분야에 걸쳐있다.

일본 쓰쿠바 첨단과학기술연구소(AIST) 나나카 아스모토 박사는 “이번 연구 성과는 노벨 물리학상 감”이라고 평가했다.

김 박사는 “상식이 아닌 새로운 연구수행으로 학계의 불신과 오해가 가장 힘들었다”며 “대학 교수직을 박차고 나와 연구소에 온 것이 이번 연구성과의 단초였다”고 밝혔다.


조신 차장


입력시간 : 2005-09-07 19:54


조신 차장 shin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