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사회공헌과 기업의 진정성


삼성그룹은 사회공헌 활동에서도 리딩 컴퍼니(leading company)라는 소리를 곧잘 듣는다. ‘전략적 사회공헌’이라는 경영학적 개념이 미국에서 막 떠오른 1990년대 초반, 이건희 회장은 일찌감치 그 중요성을 깨닫고 그룹 내에 사회봉사단을 조직했다.

이 회장은 사회공헌에 대한 인식이 남보다 빠를 뿐 아니라, 씀씀이도 크다. 가령 임직원들이 기부금 예산을 5억원으로 책정해 결재 서류를 올리면 10억원으로 늘려 재가하는 식이다.

지난해 삼성그룹의 사회공헌 예산이 4,000억원 대였는데, 올해는 5,000억원 안팎으로 상향 조정된 것도 이 회장의 통 큰 면모를 보여주는 사례다.

삼성의 사회공헌 예산은 아시아 주요 기업뿐 아니라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에 비춰봐도 오히려 더 많다는 견해도 있다.

이 정도라면 삼성에 대한 칭송이 방방곡곡에 울려 퍼져야 할 터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올해 들어 연달아 불거진 삼성공화국 논란, X파일 사건 등을 거치며 삼성은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이 아니라 개혁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삼성사회봉사단의 황정은 부장은 “일련의 사태를 통해 회사가 매도되는 것을 보면서 솔직히 맥이 풀리는 느낌이었다”고 토로했다.

삼성은 일종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과 위상이 엄청난 만큼 국민들의 기대 수준 역시 나날이 높아진다. 경제적인 업적으로 아무리 나라에 보탬이 되더라도, 조그만 도덕적 흠집 하나가 모든 것을 뒤덮어 순식간에 지탄의 대상이 되고 만다.

어찌 삼성의 경우만 일까. 다른 재벌 그룹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삼성이라는 큰 산이 막아서고 있어 집중타를 맞지 않을 따름이다. 기업들은 명심해야 한다.

앞으로는 미래 지향적인 경영 방침을 내세우면서 뒤로는 과거 퇴행적인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시장의 싸늘한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활발해지는 것은 두 손을 들고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그것과 경영 활동의 진정성이 동반돼야 하는 것은 전제 중의 전제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5-09-07 19:57


김윤현 기자 unyon@hk.co.kr